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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안도 섬마을에서 행복한 목회 펼쳐갑니다” 


서울에서 완도까지 버스로 다섯 시간. 완도읍에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화흥포항까지 30분. 거기에서 1시간여 바닷길을 더 가야 소안도에 닿을 수 있다. 맹선은혜교회는 소안도 안에서도 천혜의 상록수림이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아담한 마을 안쪽에 위치해 있다. 조규필 목사(41살)와 백미라 사모는 그 섬마을 교회에서 꼬박 3년 동안 기도를 심고, 생명을 싹 틔우고, 꿈을 열매 맺고 있다.


조규필 목사 부부는 웃는 모습이 많이 닮았다. 백미라 사모는 지금까지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자는 생각으로 남편을 따라 섬으로 들어왔다.
조규필 목사 부부는 웃는 모습이 많이 닮았다. 백미라 사모는 지금까지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자는 생각으로 남편을 따라 섬으로 들어왔다.


2020년 12월, 당시 새로남교회(오정호 목사)에서 교구 사역자로 촉망받던 30대 후반의 젊은 목사가 남쪽 바다 섬마을로 부임한 것은 여간 드문 일이 아니었다. 중소도시 목회도 꺼리는 요즘 분위기에 섬마을 목회라니, 양가 부모가 걱정하고 반대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조 목사는 그 길이 하나님의 부르심이고, 자신이 오랫동안 기도하고 꿈꿨던 길이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교육전도사 시절 처음 사역지가 파주에서도 최북단 농촌교회였어요. 농어촌교회의 어려움과 한계들을 경험하면서, 농어촌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싹텄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농어촌교회에서 사역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백미라 사모가 아이들과 목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백미라 사모가 아이들과 목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맹선은혜교회는 1995년 낙도선교회(대표:박원희 목사)가 개척한 교회로, 조 목사는 앞서 거쳐 간 네 명의 사역자들처럼 주민들과 더불어 사는 목회를 꿈꿨다. 그러나 부임 당시 여건은 녹록치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민들은 집밖으로 나오지를 않았다. 성도들 역시 주일예배 외에는 얼굴을 마주할 수 없었다. 앞뒤가 막힌 것 같은 상황에서, 조 목사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예배당 안팎 정리에 팔을 걷어붙였다. 주위에 널부러진 폐기물들을 정리하고, 텃밭을 개간하고, 예배당 인테리어 공사도 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예배당을 찾을 성도들과 마을 주민들에게 보다 안락하고 깔끔한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 5∼6개월가량 일을 하는 가운데, 몸무게도 8∼9킬로그램이나 빠졌다. 그리고 그 수고는 뜻밖의 열매로 다가왔다.


조 목사는 주일학교 아이들을 위해 서울나들이 등 다양한 문화체험 시간을 갖고 있다.
조 목사는 주일학교 아이들을 위해 서울나들이 등 다양한 문화체험 시간을 갖고 있다.


“한번은 성도 한 분이 ‘얼마나 오래 살려고 그것들 치우냐?’ 그러시더라고요. 아들뻘 되는 어린 목사가 과연 얼마나 오래 있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수개월 동안 사명감을 갖고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시고, 성도들이 말끔히 마음 문을 여셨어요.”


코로나19가 잦아질 무렵, 조 목사는 다음세대 사역에 주력했다. 전복 양식으로 유명한 소안도는 30∼40대 젊은 귀어인들이 많아, 자연히 아이들도 늘었다. 그러나 섬마을 특성상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 조 목사는 예배당을 아이들과 부모들을 위한 공간으로 적극 활용했다. 조 목사는 주일학교 외에도 악기교실을 열어 아이들에게 드럼, 베이스, 기타를 가르쳤다. 영문학을 전공한 백미라 사모는 주일 저녁에 아이들을 위한 영어교실을 열었다. 악기교실과 영어교실은 예배당 문턱을 낮췄고, 아이들에게 예배당은 주일 한 번만 오는 곳이 아니라 수시로 드나들어 책을 읽거나 놀이를 하는 공부방이자 놀이터가 됐다. 아이들을 따라 부모들 역시 하나둘 예배당을 찾는 발길이 잦아졌다.


맹선은혜교회는 마을 속 교회이자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교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해 성탄절에 자리를 함께 한 성도들.
맹선은혜교회는 마을 속 교회이자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교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해 성탄절에 자리를 함께 한 성도들.


백미라 사모는 “맹선리에 사는 아이들은 한두 번씩 다 예배당에 나왔다”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을 돕다보니, 젊은 부모들은 물론 다른 주민들과도 신뢰가 쌓였다. 어떻게 보면 저희가 이방인일 수 있는데, 지금은 마을 주민의 일원으로 우리를 받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서도 정성을 쏟았다. 조 목사는 윗마을 아랫마을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안부를 묻고, 전기장판이며 전자레인지며 필요한 물품들을 마련해 선물했다. 지난겨울에는 붕어빵 기계를 구입해 경로당에서 직접 붕어빵을 구워드렸다.


아이들이 어린이날 선물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아이들이 어린이날 선물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섬에 살면서 이렇게 따뜻한 붕어빵은 처음 먹어본다며 좋아하셨어요. 한 어르신은 ‘죽기 싫소야’ 하시며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조 목사는 섬마을 목사로 살면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낙도에서 평생을 바친 선배 목회자들에 대한 존경심이 더 깊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소안도에도 30년 넘게 사역하시는 목사님들이 세 분 계신다. 그분들은 저를 보고 젊은 목사가 와서 좋다고 격려하시지만, 그분들 앞에서 서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고 말했다.


조 목사가 마을 경로당에 필요한 전기그릴과 전자레인지를 선물하고 있다.
조 목사가 마을 경로당에 필요한 전기그릴과 전자레인지를 선물하고 있다.


경로당 어르신들을 위해 붕어빵을 만든 조 목사.
경로당 어르신들을 위해 붕어빵을 만든 조 목사.


주일마다 악기를 배우는 아이들. 
주일마다 악기를 배우는 아이들. 


덧붙여 그는 “친구 목사들에게 낙도로 오라고 늘 이야기를 한다”며 “도시 목회만 고집하지 말고, 좀 더 눈을 열어 나를 정말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딘지 발견하면 좋겠다. 우리 가정을 통해 낙도에도 젊은 목회자가 필요하구나, 낙도에서도 행복하게 사역할 수 있구나 생각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성탄절을 맞아 맹선은혜교회는 주일학교 달란트잔치를 열고, 모든 세대가 함께 예배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뻐할 예정이다. 또 매년 그랬듯 올해도 성탄절 헌금 전액을 이웃사랑 헌금으로 면사무소에 기탁할 계획이다.


조 목사는 “부임한 첫 해에 하나님께서 아이들을 많이 보내주셨는데, 올해는 어르신 몇 분이 교회를 찾아오셨다. 깨끗하게 옷을 차려입고 난생 처음 예배당에 오셨는데, 예배당이 꽉 차는 느낌이었다”며 “하나님께서 새해에는 어떤 희망찬 미래를 펼치실까, 어떤 분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게 될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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