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뤼터 총리와 헤이그서 정상회담
양국 정부 국장급 반도체 대화 신설… 외교-산업장관 ‘2+2’ 대화체도
원전-국방 협력 MOU도 체결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본사 클린룸을 방문해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사업책임자(왼쪽에서 세 번째)의 설명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통역을 맡은 김원집 행정관. 양국은 이날 ‘반도체 동맹’을 공식 명문화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펠트호번=뉴시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마르크 뤼터 총리와 13일(현지 시간) 양국 ‘반도체 동맹(semiconductor Alliance)’을 명문화한 공동성명을 채택한 뒤 “우리 목표는 한국과 네덜란드가 세계 최고의 초격차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성명에는 “반도체 가치 사슬에서 양국의 특별한 상호보완적 관계를 인식하고 정부, 기업, 대학을 아우르는 반도체 동맹 구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양국은 정부 국장급 반도체 대화 신설과 핵심 품목 공급망 협력, 원자력 협력을 명문화한 양해각서(MOU) 6건을 채택하면서 반도체와 원전을 고리로 한 기술동맹을 본격화했다.
● 외국과의 공동성명에 반도체 동맹 첫 명기
국빈 방문 사흘째인 13일 윤 대통령은 정부 소재지인 헤이그로 이동해 상하원 합동 면담, 뤼터 총리와의 단독 회담을 열어 반도체 동맹을 비롯해 20개 항목에 이르는 양국 전략적 협력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윤 대통령이 ASML 본사를 찾아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기술 추격 의지를 드러낸 데 이어 첨단기술, 경제안보 이익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반도체 동맹으로 양국 협력을 제도화한 것. 윤 대통령은 “양국 간 반도체 협력이 정부-기업-대학을 아우르는 반도체 동맹으로 발전했다”며 “반도체 동맹은 초격차를 유지하고 최첨단의 기술을 함께 구축해 나가기 위해 중요한 과학 기술적인 문제들을 함께 논의, 해결하고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미래 경제 안보의 핵심 이익을 결정하는 반도체 분야에서 양국이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공급망의 위기 협력을 함께 돌파하는 관계”라며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공동성명문에 특정 국가와의 반도체 동맹을 명기한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은 외교 당국 간 연례 경제안보대화를 신설하고, 산업 당국 간에는 반도체 정책 조율을 위한 반도체 대화를 신설하기로 했다. 핵심 품목 공급망 협력 MOU를 바탕으로 한 공급망 협의체 구성도 추진된다. 기존에 격년으로 개최하던 외교장관 간 전략대화를 외교-산업부 장관 간 2+2 대화체 신설로 확대했다.
● 尹 “한-네덜란드 군사 협력, ‘나토’ 활용할 것”
양국 정부는 ‘원전 전 주기 협력’을 위한 원전 협력 MOU도 체결했다. 네덜란드가 자국 발전 비중의 3%에 불과한 원전을 적극 확대하기로 하고, 2035년까지 신규 원전 2기를 건설할 계획인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은 네덜란드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기술 타당성 조사 계약을 맺었다. 한전원자력연료는 현지 원전 컨설팅 기업 뉴클릭과 포괄적 MOU를 체결했다. 성명에는 “기가와트 규모의 원자로 혁신,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에 대한 협력을 지속하고 더욱 강화한다”고 명시했다.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 신규 원전 사업에서 양국 간 협력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양국은 사이버 안보 공조를 통해 북한 핵, 미사일 개발 자금원을 차단하는 노력도 병행한다.
두 정상은 국방 협력 MOU를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한-네덜란드 군사 협력 강화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간 군사기밀 정보를 공유하는 ‘전장정보 수집활용 체계(BICES)’를 거론하며 “일단 군사전략적인 플랫폼은 나토를 통해 할 것”이라며 “나토의 ‘전장정보 활용’ 공유체계에 한국도 협력 파트너로 들어갈 체제를 가동시켰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황주호 한수원 사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과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등 경제인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첨단산업, 무탄소에너지, 물류, 농업 등의 분야에서 MOU 19건이 체결됐다.
헤이그=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