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기에는 모두 경제가 회복되길 기다린다. 소비자는 지출을 줄이고 기업은 비용을 절감하며 버틴다. 경기가 좋을 때도 신제품 출시는 불확실하며 비용이 많이 드는데 경기 침체기에 제품 출시는 어불성설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최신 연구는 경기 침체기에 출시된 제품이 더 나은 성과를 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 로웰 매사추세츠대, 노스이스턴대, 프랑스 에섹경영대 공동 연구진은 1995∼2012년 영국 소비재 부문 8981개 제품과 1946∼2008년 미국 자동차 업계의 1071개 제품의 출시 사례를 분석했다. 영국 통계청과 미국 경제분석국 데이터를 통해 양국의 경기 침체와 각 제품의 판매, 시장 점유율, 제품 수명 등을 살펴본 결과, 경기 침체기에 출시된 영국 소비재 제품은 그렇지 않은 시기에 출시된 비슷한 제품보다 평균 14% 더 오래 살아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도 경기 침체기에 출시된 자동차가 경기 확장기에 도입된 자동차보다 19% 더 오래 생존했다. 연구를 이끈 버크 털레이 로웰 매사추세츠대 교수는 “경제가 어려울 때는 꼭 필요하지 않은 제품의 구매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어 비(非)필수재 출시는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했지만 연구 결과는 모든 제품과 범주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며 “어떤 제품이든 경기 침체기가 출시하는 데 이상적인 시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다른 이점을 소개한다. 경기 침체기에는 광고비가 대체로 저렴해 비용 대비 효과가 크며 경기 침체가 한창일 때 신제품 출시를 추진하는 것은 소비자 사이에서 기업이 건재하다는 신호로 인식된다. 경제 침체기에는 고객이 위험을 회피하므로 폐업 가능성이 높은 기업보다는 신제품을 출시할 여력이 있는 기업들이 더 오래 버틸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하며 선호한다.
털레이 교수는 “절호의 기회는 경기 침체기 후반부에 있다”고 말한다. 저축 자금 덕분에 소비 여력이 있는 경기 침체기 초반이 제품 출시에 유리할 것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축 자금이 고갈되고 기업 파산으로 많은 사람이 해고되면서 수요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는 경기 침체기 후반의 제품 출시가 더 큰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가 불경기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필요한 구매를 언제까지나 미룰 순 없기 때문이다.
불황이 끝날 때까지 제품 출시를 미루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이런 방침을 취한다. 일단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다시 일하고 소비자 수요가 반등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경쟁사들도 생산을 재개하고 홍보와 광고 활동을 강화하기에 제품 출시를 오래 지연할수록 더 심한 경쟁과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연구진은 시장 경쟁자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경기 침체기 후반에 제품을 출시할 것을 권한다.
언제 경기가 회복될지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다. 하지만 현명한 관리자라면 전반적인 경제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경험과 직관을 활용해 경기 회복기를 추정하며 경기 침체기 후반부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만약 경기 침체기 후반부를 놓쳤다면 경기 회복기 초반에 가급적 빠르게 출시하는 것이 좋다. 이 시점에 빠르게 제품을 출시하면 경기 침체기에 경험하는 소비자 수요 감소를 피하면서 경쟁사 대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털레이 교수는 “식견 있는 관리자라면 호황이 끝날 무렵 제품 출시를 줄이는 등 경기 순환 흐름과 반대로 행동할 수 있다”며 “다가오는 경기 침체가 길어질 때까지 기다리며 제품 출시 시기를 최적으로 조정한다면 경쟁사를 추월하는 등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23sus 9~10월호 ‘불경기에 제품을 출시하는 게 좋을까?’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
M 버크 털레이 로웰 매사추세츠대 교수 외 2명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