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확신 없는 ‘나이롱 신자’는 선교 대상” < 교계일반 < 교계 < 기사본문



교회와 어떤 형태로든 연결돼 있지만 순전한 신앙생활 모습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소위 ‘냉담자’, 속된 말로 ‘나이롱(nylon, 나일론) 신자’라고 부른다. 한국교회 출석 교인 10명 중 4명이 여기에 속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중 절반만이 구원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으며, 4명 중 1명은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단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향후 교회를 떠나거나 그마저의 신앙도 아예 잃는 상태로 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들의 목회, 양육적 관심이 절실히 요청된다.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지용근, 이하 목데연)와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김선일 교수(선교와문화)가 공동으로 실시한 ‘한국교회 명목상 교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교회에 다니지만 신앙생활에 대한 진지하거나 절실한 의지는 거의 없는 이른바 ‘명목상 교인’은 전체 출석 교인의 39.5%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자들은 교회 출석자들에게 던진 세 가지 영역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명목상 교인을 선별했다. 먼저 ‘신앙 활동 영역’은 교회에서 예배 외 다른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성경 읽기 및 기도를 거의 안 하는 부류(6.7%)를 명목상 교인에 포함했고, ‘정체성 영역’은 스스로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여기는 부류(9.6%)를, 마지막으로 ‘신념 영역’에서는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여기는 이유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거나, 하나님이 존재한다고 믿는다’고 응답한 이들을 제외한 경우(14.4%)와 구원의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한 이들(19.3%), 개인적 필요에서 기독교 신앙의 목적을 찾는 이들(26.5%)의 합집합으로 묶었다.




이렇게 추출된 명목상 교인들은 4명 중 1명꼴(24.4%)로 자신이 크리스천이라는 인식이 불분명(아니다+잘 모르겠다)했으며, 구원의 확신 여부를 물었을 때 절반(51.0%)만 ‘예’라고 응답해 주목된다. 특히 ‘하나님을 떠난 인간은 죄인이다’에 대해서는 절반가량만 동의했고, ‘기독교 외 타 종교에 구원이 없다’에는 10명 중 4명만 ‘그렇다’고 응답해 신앙적 명제에 대해 확신이 없는 모습을 보여 우려를 자아낸다.


이는 기독교를 신앙하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서 5명 중 1명 만이 ‘구원과 영생을 얻기 위함’(20.9%)이라고 응답한 것과도 연결된다. 같은 질문에 ‘명목상 교인이 아닌 자’의 경우 3명 중 2명이 해당 답변을 고른 것과 차이가 컸는데, 명목상 교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신앙의 목적은 ‘마음의 평안’(47.8%)을 꼽았다.


명목상 교인이 아닌 경우와 비교해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현재 교회를 선택한 이유였다. 명목상 교인이 아닌 자들은 ‘목회자/설교 내용이 좋다’(29.9%)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으나, 명목상 교인은 ‘가족이 다닌다’(25.0%)가 가장 큰 이유였고, ‘목회자/설교 내용이 좋다’(14.2%)는 응답은 ‘거리가 가깝다’(20.6%)보다도 교회 선택에 있어서 고려사항에 밀렸다.


교회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은 명목상 교인이 교회에 갔을 때 느끼는 ‘행복/즐거움’의 감정이 비 명목상 교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교회에 갔을 때 일반적으로 어떤 느낌을 받는지를 물었더니, ‘편안하다’는 의견이 명목(51.7%)과 비 명목(49.7%) 양쪽 모두에게서 비슷하게 가장 높은 호응을 받았다. 문제는 비 명목상 교인이 차순위로 꼽은 ‘행복/즐거움’(36.7%)의 비율이 명목상 교인은 14.1%로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해당 비율은 명목상 교인이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비율과도 같았다.


본질과 동떨어진 교회 선택의 이유, 교회에서 느끼는 지루한 감정은 출석 빈도 저하로 이어져 명목상 교인의 ‘매주 교회 참석’ 비율은 49.1%에 불과했다. 명목상 교인이 아닌 그룹의 매주 교회 참석률(86.5%)에 절반 가까이 낮은 수치다. ‘한 달에 2~3번’이 25.2%, ‘한 달에 1번’이 11.3%였으며, 전체 명목상 신자 7명 중 1명(14.4%)은 ‘한 달에 1번 미만’ 교회를 찾고 있어 가나안 성도의 경계에 놓여 있었다. 명목상 교인이 20대 연령대, 미혼, 직분이 낮은 성도, 100~499명 중형교회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조사 결과를 연구 분석한 김선일 교수는 “명목상 기독교(nominal Christianity)는 탈기독교세계(post-Christendom)에 접어든 서구교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기독교가 전래되고 여러 세대가 흐른 한국의 상황에서도 뚜렷해지고 있다. 대체로 명목상 기독교 현상은 신앙이 전래돼 정착된 지 4세대가 지나면 뚜렷한 비중을 지니는 것으로 본다”라며 “이번 조사는 명목상 교인이라는 계층을 규정하고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명목상 신앙으로 흘러갈 수 있는 잠재성이 있음을 깨닫고 교회 내 공동의 사역 과제로 인식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명목상 교인은 점점 교회를 떠나거나 신앙을 잃는 상태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교회 내의 선교적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많은 이들이 인생 여정 가운데 명목상 신앙에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하는 영적 변동을 경험할 수 있는 만큼 성도들의 주체적인 신앙생활을 돕는 목회자의 역할과 소그룹을 통한 영적 교제 및 성도 간의 돌봄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기독교 조사 전문기관 지앤컴리서치가 지난 6월 2일부터 8일까지 총 7일간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 교회 출석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 ± 3.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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