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조직신학회, 제47차 정기논문발표회
유신진화론 개념 7가지와 비판
1. 초자연적 개입 제한, 간접 창조
→ 하나님 무로부터의 창조 확고
2. 방향성 있는, 우연/인도된 진화
→ 설명 불가능 문제 해결 딜레마
3. 진화론 이어 그릇된 자연신학
→ 기독교의 하나님과 다른 신 돼
4. 특별계시 제한하는 창조신학
→ 진화로 성경 창조론 지배 시도
5. 특별계시 성경, 일반계시 자연
→ 과학 권위에 성경 종속시키려
6. 성경은 창조 ‘어떻게’에 침묵
→ 초자연적 개입 원천 배제 부당
7. 무지의 틈새, 하나님의 틈새
→ 개연성 없다면, 설계로 봐야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회장 박태수 교수) 제47차 정기논문발표회가 11월 16일 수원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 김학유 박사)에서 ‘유신진화론 논쟁’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김병훈 교수(합동신대)가 ‘복음신앙과 유신진화론’이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했다. 그는 “유신진화론자들은 유신진화론(Theistic Evolutionism)이 현대 과학 시대 교회를 향한 복음이라고 주장한다”며 “과연 그럴까? 저는 유신진화론은 교회를 세우기보다 도리어 무너뜨리고, 복음 신앙에 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교회는 결코 유신진화론을 수용해선 안 되고, 도리어 철저히 경계하고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훈 교수는 “유신진화론자들은 교회가 진화론을 수용하지 않으면 반과학적이라는 오명을 쓰고, 지동설을 교회 권력으로 억눌렀던 과오를 다시 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럴 경우 지성적 사고를 하는 많은 교인들이 교회에서 떠나고 교회는 쇠락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며 “유신진화론은 교회가 현대 과학의 결과물을 받아들여 교리를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하나님께서 진화의 방식으로 창조 사역을 하고 계시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이후 그는 유신진화론의 주요 개념 7가지에 함축된 철학적·신학적 논점 또는 성경 해석의 논점을 비판했다.
첫째로 유신진화론의 ‘초자연적 개입의 제한과 진화라는 방식으로 생명체를 만드시는 간접적 창조’라는 주장에 대해 “성경은 창조를 하나님의 초자연적 사역으로 고백한다”며 “초대교회 니케아 신조를 비롯해 중세 토마스 아퀴나스, 종교개혁 이후 17세기 중엽 작성된 신앙 표준문서 등은 확실하게 하나님의 초자연적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를 확고히 한다”고 답했다.
둘째로 ‘방향성 있는 진화’ 또는 ‘우연 또는 인도된 진화’에 대해 “창조는 섭리와 다르다. 창조는 초자연적으로 직접 행하시는 사역이지만, 섭리는 모든 피조물과 이들의 행동을 하나님께서 목적하신 바를 향하여 질서 있게 정하여 실행하시는 사역”이라며 “계획된 우연 또는 인도된 우연이라는 개념은 우연에 의해 진화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과학적 논증에 의해 그 허구성이 드러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유신진화론은 방향성 없는 우연의 방식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정보의 생성과 보존과 전달의 문제를, 인도된 진화 또는 계획된 진화라는 개념으로 해결하려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며 “창조를 자연 방식에 의한 진화로 설명하려 했지만, 우연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것이다. 자연 방식으로 설명이 어렵자, 하나님의 손길로 ‘틈새’를 메울 뿐이다. 그렇다고 무신진화론처럼 방향성 없는 우연이 정보를 생성한다고 주장하려면, 계획성과 방향성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셋째로 ‘진화론에 이어지는 그릇된 자연신학’에 관해선 “진화론은 제1원인인 하나님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고 목적론적 설명도 불가능해, 결국 무신론 또는 불가지론의 철학적 함의로 귀결된다”며 “자연신학은 결코 성경이 교훈하는 올바른 해석으로 설 수 없다. 그런 하나님이 있다 해도, 기독교의 하나님과는 전혀 다른 신이 될 뿐”이라고 했다.
그는 “진화의 방법으로 이 자연을 만드신 하나님께 찬미를 돌릴 수 있을까? 진화의 과정에 내재된 고통과 죽음의 악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라며 “적어도 진화를 자연계시로 믿는 유신진화론의 논리를 끝까지 밀고 나가면, 성경이 가르치는 바대로 하나님의 선하심과 지혜의 영광을 찬양할 수 없다. 찬양을 하려면 진화론의 신정론 문제를 외면하거나 덮어버려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넷째로 ‘특별계시를 제한하는 창조신학’에 대해 “‘세상이 스스로 우연히 존재하거나 자신을 구성한다’는 진화론의 전제 아래서, 하나님의 존재를 읽는 자연신학이 가능할까”라며 “특별계시의 인도함을 받는 중생한 이성으로 하나님의 지식과 속성에 대한 올바르며 충만한 이해를 갖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이지만 자연신학의 가능성이 인정될 수 있다. 특별계시의 인도 아래 성령의 조명을 받을 때라야 하나님의 존재와 능력, 지혜를 바르게 읽고 해석하는 자연신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신진화론자의 치명적 오류는 진화를 자연현상 곧 자연계시로 믿고, 그것에 의해 진화론이라는 자연신학을 세운 후, 이것으로 특별계시인 성경의 창조에 대한 해석을 지배하려는 데 있다”며 “진화론에 근거한 자연신학은 성경에 근거한 초자연적 창조신학의 수정을 요구한다. 이것은 과학의 지식을 가장 객관적이며 유일한 지식으로 여기는 과학주의의 요구”라고 했다.
다섯째로 ‘특별계시인 성경과 일반계시인 자연의 상보성(두 책 이론)’에 대해 “얼핏 보면 이 상보성 모델은 가장 균형잡힌 것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상보성은 허울일 뿐, 유신진화론자들은 과학의 권위 아래 성경을 종속시키려 한다”며 “이들은 과학의 결과에 따라 성경 해석을 수정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진화라는 그릇된 자연신학에 의한 특별계시 창조신학을 왜곡하려는 유신진화론의 속성”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상보적 견해를 받아들일 경우, 교회의 무덤을 파는 일이 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 유신진화론의 모양을 가지면, 교회가 스스로 무너지는 일을 당할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라며 “얼핏 생각하면 회심할 만한 사람들에게 진화론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 단기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이 교회에 나올 것 같지만, 결국 기독교는 정신이나 이성과 아무 상관 없는 종교가 돼 어리석은 미신이 될 것이다. 모든 성경 해석은 수정을 요구받는 상대적 가치로 전락할 것”이라고 개탄했다.
여섯째로 ‘성경은 창조의 방법(어떻게)을 말하지 않는다’는 방법론적 자연주의에 대해 “자연 현상에서 일어났고 일어날 수 있는 초자연적 일을 처음부터 배제하기 때문에 방법론으로 정당하지 않다. 그리고 전제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유신진화론자들의 말처럼 중립적이지도 않다”며 “하나님의 초자연적 개입을 원천 배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자연주의 세계관의 적용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일곱째로 ‘틈새의 하나님’에 대해서는 “무지에 의한 틈새만을 지지하고 하나님의 틈새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둘 사이를 어떻게 구별할지 판단 기준을 세워야 한다”며 “유신진화론과 지적 설계의 차이는 하나님께서 순전히 우연이라는 제2원인을 사용해 설계를 만들어 내시는가, 아니면 하나님께서 우연이 아니라 애초부터 설계 형태로 사물과 생물이 존재하도록 만드셨는가에 있다. 그러나 개연성이 없다면, 설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김병훈 교수는 “이처럼 유신진화론은 과학의 허울을 쓴 진화론의 권위를 높이고, 진화에 근거한 유신진화론의 신학적 지지를 요구하며, 이것에 방해되는 교리들의 수정을 요구함으로써 복음 신앙의 주요 기반을 훼손한다”며 “또 유신진화론자들은 창세기 1-3장의 역사성 문제를 지적한다. 이 부분이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비유적·풍유적 문헌이고, 하나님은 생명 있는 피조물이 아닌 물질의 창조주이며, 인류의 조상은 아담과 하와가 아니라 수만 명이었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유신진화론이 창세기의 성경 기록을 전면적으로 수정하여 이해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하다. 기독교 교리의 토대이자 출발인 창조론, 인간론, 죄론, 섭리론, 창조와 종말, 그리고 구원론까지 전 범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아담과 하와의 존재를 부인하거나 이들에게서 인류가 유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타락과 속죄 교리에서 원죄론도 무너진다”고 했다.
끝으로 “유신진화론의 교리 수정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들은 분명하다. 첫째로 유신진화론의 토대인 진화론의 과학적 불안정성, 둘째로 물질주의적 과학관, 셋째로 창세기 1-11장의 역사성을 부인하고 핵심 교리를 해치는 성경 해석 문제”라며 “이는 사변적 토론이 아니고, 창조론에 국한되는 지엽적 문제도 아니며, 복음적 신앙을 붙드느냐 떠냐느냐가 갈리는 신앙 전반에 영향을 주는 지극히 실제적 문제”라고 역설했다.
더불어 처음 유신진화론을 신봉하다 결국 기독교 교리와 맞지 않아 이를 떠난 반 틸에 대한 마이클 리브스 교수의 경고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다행히 유신론적 진화론을 그 논리적 결론까지 밀고 나간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지만 반 틸이 보여주듯 유신론적 진화론은 불편한 타협이며, 그것이 신정론에 대해 가진 함의는 신앙을 파괴할 수도 있다. 다윈주의는 실제로 기독교인에게 중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유신론적 진화론은 역사적으로 전승된 기독교에 여러 측면으로 도전한다. 종교개혁 성경관이 수정된다면,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앞으로 일이 터질 것 같다.”
이후 이신열 교수(고신대)가 ‘헨리 비처의 유신진화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그의 <진화와 종교>를 중심으로’ 기조강연 후 신국현 박사(서울부림교회)가 ‘창세기 1-3장에 나타난 아담의 역사성과 언약적 대표성에 대한 고찰’, 황돈형 박사(서울중앙신학교)가 ‘신학적 해석의 과제로서 창조의 이해’, 문정수 박사(광주중앙교회)가 ‘코넬리우스 반틸의 전제주의 관점에서 비판한 유신진화론: 존재론-인식론-목적론적 함의를 중심으로’를 각각 발표했다. 끝으로 김길성 박사(총신대 명예교수)가 강평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