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내 마약투약자 40만명 넘어” 올들어 23% 증가|동아일보


정부 지정병원 13곳은 치료 실적 ‘0’



국내 마약 투약자가 올해 40만 명을 넘겼다는 정부 분석이 나왔다. 세종시 인구보다 많은 수치다. 반면 정부 지정 치료보호기관(병원) 중 절반가량은 의료진 부족, 진료시스템 미비 탓에 치료 실적이 하나도 없었다.

6일 동아일보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실을 통해 받은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전체 마약 투약자는 40만530명으로 추정됐다. 복지부는 입건된 마약 사범의 30배 정도를 전체 투약자로 추산해 왔다. 이는 지난해(32만6970명)보다 22.5% 늘어난 것으로 세종시 인구(38만9978명)보다 많다. 반면 마약 중독자를 치료해야 할 치료보호기관 총 31곳 중 13곳은 9월 말 기준으로 올해 치료 실적이 0건이었다.

마약중독 4년새 2.5배로… 전담병원 31곳 중 13곳은 치료 ‘0’건

“전문 의료진 부족, 환자 감당 못해”
정부 지정 치료전담병원 유명무실
병원 2곳에 치료-입원 76% 몰려
“마약, 혼자 못끊어… 대책마련 시급”

“마약 중독 환자를 받으려면 관련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 간호사, 임상심리사가 모두 필요해요. 입원 환자가 생기면 3교대로 24시간 돌봐야 하는데 그럴 만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6일 부산의 한 마약 중독 치료보호기관(병원) 관계자는 병원의 현 상황을 설명했다. 마약 중독을 혼자 치료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문 병원과 의료진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정해 놓은 전국 ‘마약 중독 치료보호기관’ 상당수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이 부족해 환자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 치료기관 31곳 중 13곳 실적 ‘0’



마약 중독 치료보호기관이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0조에 따라 정부가 지정한 병원들이다. 이곳에서 마약 중독 여부를 검사하고 외래 진료나 입원 치료를 담당한다. 현재 전국에 31개 병원이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되어 있고, 보건복지부가 운영과 예산을 지원한다.

치료보호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마약 중독자는 2019년에 260명이었으나 지난해에 641명으로 4년 새 약 2.5배로 늘었다. 올해는 1000명을 넘길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정해 놓은 치료보호기관 중 상당수는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동아일보가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치료보호기관 31곳 중에서 13곳(42%)은 치료 실적이 0건이었다. 나머지 중 4곳(13%)은 실적이 1건에 불과했다. 지정 기관 31곳 중 절반을 넘는 17곳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셈이다.

취재팀이 이들 병원에 이유를 묻자 공통적으로 ‘치료 시스템 미비’가 원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강원의 한 지정 병원 관계자는 “이 지역에 다른 마약 전담 병원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국립병원이란 이유만으로 지정됐다”며 “의료진이나 치료 환경이 준비돼 있지 않다 보니 환자를 진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남의 한 병원 역시 마약을 전문으로 보는 의사가 없어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그나마 정신과 의사들이 마약 중독자를 진료할 수 있지만, 대부분 (진료하길) 꺼린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에 치료 업무가 몰리는 점도 문제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전체 치료 747건 중 76.6%(572건)는 인천 참사랑병원과 경남 창녕 국립부곡병원 등 단 2곳에서 이뤄졌다. 다른 병원들보다 전문 의료진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체계 구축 방안’을 발간한 김은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마약에 중독될 경우 완치가 쉽지 않고 치료기관을 이용하기도 어렵다”며 “만성질환 환자처럼 지속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치료할 수 있도록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전문가들 “마약은 절대 혼자 끊을 수 없어”

마약 중독자와 전문가들은 마약은 절대 혼자 끊을 수 없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마약 중독자 자조모임을 운영하는 20대 A 씨는 “2019년 마약을 끊기로 결심했을 때 고향인 광주에는 치료시설이 없었다”며 “인천 참사랑병원까지 가서 6개월간 폐쇄병동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량이라도 한번 중독되면 병원의 도움 없이는 혼자 극복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현재 치료기관 31곳에 총 9억 원을 운영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 곳당 평균 약 2900만 원인데 전문 의료진이나 장비를 확보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복지부는 예산이 최소 두 배는 증액돼야 전문 병원이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센터장은 “마약 중독은 입원 치료가 가장 확실하고 이후에 외래 진료로 넘어가야 하는데 현재는 둘 다 마비 상태”라며 “입원 치료를 전담할 인력에 대한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최태현 인턴기자 경북대 사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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