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의-동해선 도로 폭파]
DJ때 남북 정상회담으로 복원… 경의-동해선은 화해의 상징물
정부, 北에 1800억원 현물 차관
北, 개성사무소-영변 등 잇단 ‘폭파쇼’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여기 있는 이 선이 지난 반세기 동안 민족을 갈라놓고 있는 장벽이다.”
2007년 10월 2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휴전선(군사분계선·MDL)을 눈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어 폭 1m가량의 노란 선 앞으로 다가간 노 대통령은 잠시 멈춰 숨을 고르더니 성큼 왼발을 내디뎌 MDL을 넘어갔다. 이 장면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당시 노 대통령 부부가 노란 선을 넘자마자 시작된 경의선 북측 도로 한편엔 ‘개성 공업지구 5km’라고 적힌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다.
2024년 10월 15일. 17년이 지난 뒤 이 ‘개성 공업지구 5km’ 표지판은 또 등장했다. 북한군이 이날 경의선 육로를 폭파했는데 우리 군이 공개한 폭파 영상에 등장한 것. 북한은 노 대통령이 감격하며 MDL을 넘어 진입한 그 지점에서 보란 듯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물로 여겨진 경의선 폭파를 감행했다.
북한이 이날 일부 폭파한 경의선과 동해선은 각각 한반도 서쪽과 동쪽에서 남북을 잇던 대표적인 육로다.
남북은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던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의선과 동해선의 남북 철도와 도로 구간을 연결하는 데 합의했고, 곧이어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2002년 말 경의선 동해선 임시도로가 완공됐다.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는 각각 개성공단 기업의 물류 수송과 금강산 관광객의 이동 통로였다. 경의선 남북 철로는 2003년 연결됐고, 2007년 5월부터는 문산부터 개성 구간에서 222회에 걸쳐 화물열차가 운행됐다. 동해선은 2005년 고성 제진부터 금강산에 이르는 구간이 연결됐다.
순조로웠던 경의선 운행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현지에서 피격당해 숨진 뒤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합의해 남북 철도를 다시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대북제재가 강화된 데다 북-미 정상회담도 ‘하노이 노딜’로 끝나면서 실제 경의선 운행은 이뤄지지 못했다.
앞서 2002∼2008년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경의선·동해선 북측 구간에 대한 철도·도로 및 역사를 짓는 데 필요한 자재와 공사 장비를 대여하는 방식으로 1억3290만 달러(약 1800억 원)의 차관을 제공한 바 있다. 통일부는 이날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진행돼 온 대표적 남북협력 사업”이라며 “차관에 대한 상환 의무가 여전히 북한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앞서 2020년 6월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2018년에는 북핵 협상을 위한 신뢰 조치라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 2008년엔 핵시설 불능화를 내세우며 영변의 5MW(메가와트)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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