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의대생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환자 조롱글 30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일명 ‘의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구속된 사직 전공의에 대해 의사들 일부가 그를 두둔하며 모금 운동을 벌여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12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아 환자 조롱 게시글 30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의사와 의대생이 신원 인증을 해야 이용할 수 있는 ‘메디스태프’에는 의료 파업에 반대하는 국민과 환자를 비하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게시판에는 “(환자가) 매일 1000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국민들이 죽으라고 눕는 것” 등의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한 회원은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 더 죽어 뉴스에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썼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업무방해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를 했다. 김 청장은 “특정인(환자)을 지칭한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쓴 것”이라면서 “전체적인 법리 검토를 해서 수사 방향을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글들은 수사가 시작되자 전부 삭제된 상태다.
의료계 일각에선 파업 불참 의사, 전공의, 의대생의 실명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공개해 구속된 사직 전공의 정모 씨를 돕겠다는 모금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메디스태프에는 정 씨에게 돈을 송금을 했다는 인증 글이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피부과 원장’으로 소개한 한 회원은 500만 원을 송금한 인터넷 뱅킹 캡처 화면을 올렸다. 다른 회원은 “앞자리에서 선봉에 선 사람들은 돈벼락 맞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송금을 독려했다.
전국의대학부모연합(전의학연)도 22일 정 씨의 가족을 만나 변호사 선임 등을 돕겠다는 명목으로 특별회비 1000만 원을 전달했다. 향후 추가 특별회비 모금과 탄원서 제출 등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학연 관계자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유포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구속될 정도는 아니다”라며 “변호사비마저 없어 쩔쩔매는 전공의를 위해 부모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의사 블랙리스트를 공유한 3명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김 청장은 “지난달 10일부터 올 21일 사이 해외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복귀 전공의 명단 관련 접속 링크를 공유한 3명을 특정하고 추적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스토킹처벌법 위반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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