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원포인트 회의’를 거쳐 28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간호법 제정안이 재적 290명 중 찬성 283명, 반대 2명, 기권 5명으로 통과됐다. 이날 통과된 간호법은 이르면 내년 6월 시행될 전망이다. 간호법의 핵심은 관행적으로 의료 현장에서 운영돼 왔으나 현행법상 불법이었던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다. 미국 영국 등에선 법제화 돼 있지만 국내 의료법에는 규정이 없었다.
PA 간호사는 수술방에서 수술 부위를 절개·봉합하거나 입원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는 등 의사의 업무 일부를 수행하는 간호사다. 보건당국은 일선 병원에서 활동하는 PA 간호사가 1만3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2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병원을 이탈하자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PA 간호사들의 존재를 임시로 인정하고, 전공의들이 하던 업무를 대신하게 했다.
PA 간호사 제도는 일선 병원에서 관행적으로 시행돼 왔다. 간호법은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와 위임에 근거해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PA 간호사가 활동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대형 병원들이 전공의의 ‘값싼 노동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상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전공의들에 부과되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전문의와 PA 간호사가 분담하고 전공의들은 수련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여당은 간호법 통과를 두고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협치 성과”라고 평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6개월 이상 환자 곁을 지키는 간호사 및 국민의 불안한 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어 야당과 협의했다”고 했다. 반면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지금의 의료대란은 명백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 실패”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에서 통과된 간호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었다.
일각에선 간호법이 처리됐음에도 국회와 정부의 기민한 후속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새로운 혼란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통과된 간호법에는 PA 간호사의 구체적인 업무 범위 규정은 빠져 있다. 여당은 ‘검사, 진단, 치료, 투약, 처치’를 법에 명기하고자 했지만 야당은 “의사가 해야 할 일까지 간호사에게 맡겨질 수 있다”며 반대해 추후 정부 시행령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여야는 전문대 간호조무학과 졸업생에게 간호조무사 자격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도 이해관계자 간 갈등 우려를 이유로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법안 표결 투표에서는 개혁신당 이준석 이주영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고, 국민의힘 고동진 김민전 김재섭 인요한 한지아 의원이 기권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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