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량제일교회(김종언 목사)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에 놀란다. 123년이라는 기나긴 교회역사가 첫 번째이고, 깊은 세월에도 불구하고 엄숙하다거나 경직됐다고 할 만한 요소라고는 거의 찾을 수 없는 분위기가 두 번째 놀라움이다.
교회는 행정구역상 도시에 속해있지만 실제 환경은 농촌의 요소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지역사회에서 손꼽히는 교세를 자랑하며, 기성세대 못지않게 다음세대의 부흥이 크게 일어나는 공동체라는 사실도 진량제일교회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과연 이 교회에서는 그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모든 일의 시작은 교회 구성원들 사이의 굳센 신뢰에서 비롯됐다. 특히 장로들이 목회자가 마음 편히 사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먼저 배려하고, 담임목사와 성도들 사이 연결고리를 앞장서 형성해준 덕분이라는 게 김종언 목사의 설명이다. 여기에 토박이 성도들과 새로 유입된 성도들이 서로 거리낌 없이 한 몸으로 융화하는 개방적 분위기도 큰 몫을 한다.
특히 담임목사에 대한 교우들의 신뢰와 지지는 상상을 넘어선 수준이다. 예를 들어 담임목사가 선진 목회현장을 배우겠다며 주일예배 강단을 비우는 일조차 수용 가능하다. 결과가 결코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성과가 세대통합 사역의 도입이다. 사실 진량제일교회도 수년 전까지 다음세대 사역에 대한 고민이 컸다.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기에 이르자, 김종언 목사는 그 해답을 얻기 위해, 다른 지역교회들 답사와 견학에 나섰다. 그의 입장에서도 수십 년 간의 목회경력과 자존심을 내려놓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몇 주간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담임목사는 목회사역의 대폭적인 변화를 선언했다. 특히 주일학교 예배와 구분해 장년 중심으로 진행해온 주일예배를 온 세대가 함께 하는 예배로 전환했다. 역사 깊은 농촌교회로서는 꽤 파격적인 도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성도들은 담임목사의 안목을 믿었고, 어쩌면 낯설고 불편하기도 했을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세대통합 사역 도입 초반의 난관들까지 감수했다.
힘든 적응 시기를 지나가자 서서히 장점들이 드러났다. 공동체 안의 모든 세대가 같은 성경본문으로, 같은 메시지를 듣고 나누면서 영적인 일치가 형성되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 가족끼리 신앙에 대한 대화가 늘어나며 영적 소통이 활발해진 것도 값진 소득이었다.
다음세대에게 주일예배와 수요예배 콰이어 역할을 부여하는 시도 또한 성공적이었다. 처음에는 주어진 무대에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자꾸 경험이 쌓이면서 어느새 성숙한 예배자로 자라났다. 자녀들이 앞장서 참여하는 공예배에 부모들이 빠질 수는 없었다. 이제 온 세대 예배는 자연스럽게 진량제일교회의 모든 공예배에 적용되며 건강한 추진력이 되고 있다.
김종언 목사는 “총회에서 <하나 바이블>을 제작해 보급하면서 우리 교회 세대통합사역도 더욱 탄력을 받는 중”이라면서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말씀을 열심히 배우고, 암송하며, 실천하는 모습들을 지켜보는 것이 담임목사에게는 큰 기쁨”이라고 말한다.
진량제일교회의 남다른 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아무리 본인들에게 득이 된다고 해도, 이웃 교회에 작은 피해라도 끼치는 결과라면 과감하게 포기할 줄도 안다.
당초 세대통합 사역과 함께 진량제일교회를 대표해온 사역은 금요기도회였다. 그런데 영적인 충만함을 경험하는 집회라는 소문이 널리 퍼지면서, 이웃 교회 성도들까지 이 기도회에 참여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났고 나중에는 교회 수평이동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어찌 생각하면 굳이 마다할 일이 아니었지만, 담임목사의 생각은 달랐다. 지역교회들이 더불어 성장하고, 서로 불편한 감정 없이 연합하는 것이 복음을 위해서나 세상에 덕을 세우는 데 있어서 훨씬 유익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금요기도회를 수요예배와 통합해 진행하는 길을 택했고, 다른 데서 이적해온 성도들은 가급적 원래 교회로 돌아가도록 설득했다. 더 나아가 지역의 작은 교회들을 위해 청소년연합수련회 같은 행사들을 개최하여 섬기면서, 이웃 교회들과 화목한 관계 형성에 힘쓰고 있다.
하나님나라의 확장을 개교회의 성장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태도는 진량제일교회가 몇 해 전 더네이션스교회를 개척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당초 진량제일교회는 설립 120주년을 기념해 해외선교사 파송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그 무렵 교회에서 외국인노동자와 다문화사역을 담당하던 부교역자가 사역을 독립하고자 하는 의향을 보이자, 논의 끝에 다문화교회 개척으로 기념사업의 방향을 선회했다.
단지 예배처소를 마련해주고 일시적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다문화사역을 함께 감당하던 성도들 30여 명을 개척 멤버로 함께 파송한 것이다. 모두가 헌신적이고 잘 훈련된, 내보내기에 몹시 아까운 일꾼들이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더네이션스교회는 안정된 출발을 할 수 있었고, 지금은 진량제일교회의 형제공동체이자 선교의 동반자로서 맹활약 중이다.
진량제일교회가 앞으로 또 어떤 놀라운 행보를 보여줄 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그 걸음이 건강한 교회를 향하고, 영원한 하나님나라를 향한 것이라면 사람들은 다시금 그 경이로움 앞에서 갈채를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