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정부 이송… 尹 거부권 수순
안철수 “찬성 입장 변함 없어”
재의결시 與 7명 더 이탈땐 통과
한동훈 與대표 당선 여부가 변수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특검법 재표결 때 국민의힘 내부 이탈표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 신경전이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전날 안철수 의원이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진 뒤 “7표 추가 이탈을 막겠다”란 각오다. 반면 민주당은 ‘대국민 여론전’을 통해 특검법 찬성 여론을 높여 여당 내 이탈표를 끌어모아 보겠다는 전략이다.
전날 본회의를 통과한 특검법은 5일 정부로 이송됐다. 법안의 정부 이송 후 15일 이내에 거부권 행사가 가능해 윤 대통령은 이달 20일까지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재의 요구돼 국회로 돌아온 특검법의 본회의 통과 요건은 재적의원(300명)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다. 300명이 전원 출석해 192명의 범야권이 찬성표를 행사하고 안 의원이 찬성 의사를 유지할 경우 여당 내에서 추가로 7명만 이탈하면 거부권이 무력화된다. 재표결은 본회의에서 비공개 무기명 투표로 이뤄진다.
● 與 “안철수도 재표결에선 반대할 수도”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특검법 재표결에 들어가더라도 안 의원 외에 추가적인 이탈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여당 원내 관계자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통해 국민들에게 민주당이 특검법을 정략적 의도를 갖고 추진 중이란 점을 잘 알렸기 때문에 내부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본다”며 “오히려 안 의원도 대통령의 의사를 존중해 재표결에서는 반대표를 던질 수도 있다”고 했다. 22대 국회 개원 초반이라 당내 응집력도 높고, 21대 국회 때보다 더 강화된 22대 국회 특검법은 특검 임명권이 야당에 유리한 구조로 바뀌는 등 문제가 많다는 공감이 확산됐다는 내부 평가 때문이다.
안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찬성 의사를 유지할 것이냐’란 질문에 “예”라면서도 “당내에서 7표가 더 나와 통과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자 한다면 재표결을 하기보다는 제3자가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등의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안 의원 외에 당초 특검법에 찬성 의사를 나타냈던 조경태, 김재섭 의원은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민주당 안에는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전날 표결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졌다.
여당이 먼저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발의해 야당과 협상할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21대 국회 임기 말 전임 윤재옥 원내 지도부에서 대한변호사협회가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안으로 협상을 시도했지만 민주당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제안한 한동훈 후보가 차기 당 대표가 될 경우 야당과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 野 ‘맨투맨’ 설득 대신 ‘여론전’ 집중
21대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과 직접 접촉하며 이탈표 독려에 나섰던 민주당은 이번에는 ‘맨투맨’ 설득보다는 ‘여론전’을 이용한 간접 압박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한 채 상병 사망 외압 사건 국정조사나 윤 대통령 탄핵 소추 청원, 검사 탄핵 등도 적극 활용해 ‘반윤(反尹) 정서’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쓸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에 재의결 절차를 미리 준비하고 있다”며 “여론전으로 국민의힘 내 이탈표를 끌어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에서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등 국민에게 특검법의 필요성을 알려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내부적으로는 이탈표 8표를 채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지도부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 표결 과정에서 어느 때보다 여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그만큼 국민의힘이 결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소추 국민 청원과 검사 탄핵 절차를 확실히 밟아 ‘반윤 정서’를 일으키는 데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민주당 법사위원들끼리 가진 비공개 회의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국민 청원 심사 및 검사 탄핵 청문회 등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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