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가족을 잃은 외국인 유가족들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비자가 없는 유족들이 입국할 방법을 찾지 못해 본국에서 발만 동동 구르자 화재 발생 나흘 만에 법무부가 이런 조치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 외국인 사망자 유족은 ‘무비자 입국’
28일 법무부와 화성시 등에 따르면 정부는 비자가 없는 유족들이 입국할 경우 공항에서 바로 입국을 허가해주는 무비자 입국 조치를 27일부터 시행했다.
중국과 라오스 등 무비자 협약국이 아닌 국적 사람은 한국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입국할 수 있다. 당초 법무부는 유족들에 한해 비자 발급 서류를 줄이고,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유족들이 대사관에 방문하기 어렵고 비자 발급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점 등을 감안해 무비자 입국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대상은 화재로 사망한 중국인 17명과 라오스인 1명 등 18명의 직계존비속과 형제자매로 한정했다.
유족들은 정부의 조치를 환영했고, 28일부터 입국하기 시작했다. 딸을 잃은 채성범 씨(73·중국 국적)의 아내와 아들도 그동안 비자가 없어 애를 태우다 이날 오후 3시 30분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채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몸도 아픈 아내가 이제야 딸을 보러 한국에 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라오스 국적 아내를 잃은 이재홍 씨(51)도 “아내의 가족이 비자가 없어 못 오고 있었다”며 “이제 한국행 비행기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28일 경기 시흥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는 한국인 사망자 A 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사망자 23명 중 빈소가 마련된 것은 A 씨가 처음이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이날 빈소를 찾아왔지만 유족들이 “가족끼리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싶다”고 해 돌아갔다.
사망자 신원 확인과 유가족 입국이 지연되면서 다른 사망자들은 빈소가 아직 차려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망자 전원에 대한 장례 절차가 끝나려면 최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족들은 28일 유가족 협의회를 구성하고 장례와 보상 절차 등을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 협의회 측은 “사용자(회사) 측은 진정성 있는 설명이나 보상안 마련 없이 불쑥 찾아와 생색내기식 사죄를 했다”며 “이런 시도에 유족 전체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고, 공동으로 대응하고자 협의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전원의 신원이 파악된 가운데 이날도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한국으로 귀화한 40대 남성 B 씨와 중국 국적 여성 C 씨는 부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50대 여성과 40대 여성 두 사람은 7살 터울의 중국인 자매였고, 두 살 터울의 20대 이종사촌도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 불법 파견 의혹 본격 수사
노동당국은 아리셀의 불법 파견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 민길수 지역사고수습본부장(중부고용노동청장)은 28일 브리핑을 갖고 “불법 파견 문제는 경기지청에 수사팀을 꾸려 조사 중”이라며 “법 위반 여부를 철저하게 확인해 엄중 조치하겠다”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인정 여부에 대해선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산재 처리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산재보험 규정에 따르면 사업장의 가입 여부나 고용 형태, 국적 등과 관계없이 모든 근로자는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한편 공장에 남아 있던 폐전해액 1200L는 이날 수거가 완료됐다. 전해액은 전지 내 리튬이온의 이동통로 역할을 하며 인체 노출 시 유해하고 화재 위험도 있다.
화성=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화성=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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