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런 비로 모든 것 잃은 합천 대양중앙교회 < 교단일반 < 교단 < 기사본문



송외동 목사(합천 대양중앙교회·진주노회)는 생각할수록 기가 막힌다. 여름이 시작도 되기 전에 수해라니. 게다가 그렇게 많지도 않은 비 때문에 소중한 것을 죄다 잃어야 한다니.


합천군 대양면 양산마을에 자리 잡은 대양중앙교회는 지난 5월 5일과 6일 사이 급작스레 내린 85mm의 강우에 예배당과 사택이 통째로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교회 뿐 아니라 마을 전체 27가구 중 24가구가 피해를 입어, 지역 언론에 주요뉴스로 보도될 만큼 큰 재난이었다.


사실 처음 겪는 수해는 아니었다. 송외동 목사는 대략 여덟 번 가량 예배당이나 사택에 물이 드는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면서, 거센 비가 내릴 때면 가파른 산자락을 타고 내려오는 빗물이 빠져나갈 길이 좁아서 사고가 반복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번 수해가 유독 치명적이었던 것은 밤 12시 반쯤 모두가 잠들어있던 시각에 물이 차오르는 바람에, 누구도 대피할 여유가 없었다는 점 때문이다. 소방서에서 급히 구명보트를 출동시키지 않았더라면 사람들 목숨까지 위태로울 뻔 했다.




대양중앙교회는 재해로 인해 교회와 사택의 온갖 집기와 가재도구들 특히 고가의 장비를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 심지어 교회 차량도 두 대나 흙더미에 잠기면서 쓸모가 없어졌다. 목회는 물론 지역아동센터 운영을 위해 차량운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비상이 걸린 것이다.


총신 85회 출신인 송외동 목사는 선교대학원 과정까지 이수한 후, 당초 사역하던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와 사역을 시작했다. 전남 완도의 구도교회에서 여러 해 낙도사역을 하다가, 새롭게 옮긴 목회지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복음화율이 낮은 경남 합천의 산골마을이었다. 그야말로 가장 힘든 사역지만 찾아다닌 셈이다.


하지만 송 목사는 손수 개척한 대양중앙교회를 떠나지 않고 무려 29년이나 버텨왔다.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년 마을잔치를 열고, 의료나 이미용 봉사를 실시하며 주민들을 섬겼다. 특히 다음세대 사역의 열매들은 눈부셨다. 줄잡아 80명 넘는 아이들에게 손수 성경을 가르치고, 학업을 도와주면서 합천 일대에서 가장 튼실한 주일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열심히 키운 아이들은 도회지로 죄다 떠나고, 어르신 성도들도 20분 넘게 천국으로 환송하다보니 이제 남은 교인들이 10명도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분들 여생에 친구가 돼드리며 목회를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이마저도 어렵게 되고 말았습니다.”


때 아닌 봄 수해가 많은 것을 앗아간 합천 대양중앙교회. 그래도 희망을 찾는다.
때 아닌 봄 수해가 많은 것을 앗아간 합천 대양중앙교회. 그래도 희망을 찾는다.


송 목사에게 더욱 마음이 아픈 것은 고된 사역 속에서도 숨 쉴 틈을 마련해 주었던 자신의 문학과 미술작품들까지 송두리째 피해를 입은 일이다. 물이 빠진 교회당 마당에 빨래처럼 널어둔 시화들과 문인화들을 바라보며 송 목사는 한숨을 쉰다.


그래도 다시 일어서야 한다. 본인은 여전히 지역 복지관과 구호물품에 숙식을 의지하는 신세이지만 서둘러 할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아동센터에서 돌보는 아이들의 장학금을 마련하려면, 애써 만들어 놓은 과일잼을 열심히 팔아야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판매용 잼들은 큰 피해를 면했다.


“가족들은 이제 포기하고 떠나자고 합니다. 그동안 고생할 만큼 했으니 더 이상 미련두지 말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어떡합니까. 저는 여전히 목사이고, 아직도 돌봐야할 양떼들이 있는 것을요. 하나님의 긍휼을, 형제 교회들의 사랑을 바랄 뿐입니다.”


후원계좌: 국민은행 805-24-0257877(예금주:송외동) 문의: 010 9105 8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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