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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목사(새에덴교회, 증경총회장)
소강석목사(새에덴교회, 증경총회장)


이 글을 쓸까 말까 많이 주저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펜을 들었다. 3년 전 민찬기 목사가 부총회장에 입후보해서 17표 차이로 낙선했다. 그때 부정선거 시비가 있어서 민찬기 목사는 선거에 불복하고 재검표를 하자고 했다. 그러나 당시 제106회 총회 임원회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민 목사는 사회법에 호소한 것이다.


급기야는 형사고발까지 하려던 참이었다. 그때 제106회 임원회에서 내게 화해 중재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응급하게 요청했다. 그것은 민찬기 목사의 사회 소송을 취하하고 총회의 위상과 덕을 세우기 위한 길을 열어달라는 의미였다. 나는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총회의 건덕과 공의를 위해 정말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다.


먼저 민찬기 목사를 찾아가 읍소하고 수차례 전화를 해서 설득했다. 그러나 당시 민찬기 목사의 선거를 도왔던 참모들이 끝까지 반대를 했다. 민찬기 목사의 입장으로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갈등을 했을 것이다. 나 말고도 다른 이들이 많이 설득을 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얘기가 됐다 싶었는데 막상 총회 실행위원회를 하는 날, 민찬기 목사로부터 참모들의 반대로 총회 실행위원회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전화기를 붙들고 “일단 무조건 와 달라”고만 했다. 그리고 반대하는 참모들을 설득했다. 다행히 늦게나마 민찬기 목사가 참석을 했다. 그날 나는 실행위원들 앞에서 “이런 일로 총회의 이미지와 위상이 추락이 되면 되겠습니까? 수사기관에서 총회 사무실에 와 압수수색해 전자투표함을 재검표하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또한 그렇게 해서 뒤바뀌어진다 한들 우리 총회는 어떻게 되겠습니까?”라고 호소하며 민찬기 목사로 하여금 고소를 취하하도록 했다. 마침내 민찬기 목사는 총회 화합과 공익을 위해 고소를 취하할 것을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부총회장 당선자와 함께 화해의 포옹도 했다. 물론 그 배경은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서로 다음을 보장하기 위한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 나는 당시 선관위원장 추대를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선관위원장이 되고나서 암묵적 동의와 신의를 지키기 위해 민찬기 목사께 다시 한 번 기회를 열어주는 법안을 개정해 총회에 상정을 했는데 아쉽게도 총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는 지금 “선관위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그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아니, 이제 와서 선관위가 입장을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미 사회법으로 가처분 신청이 된 상태고 어떻게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이것만은 알아야 한다. 당시 민찬기 목사가 사회법 고발을 취하하고 양보하지 않았다면 우리 총회가 어떻게 되었겠는가를 말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래서 내가 민찬기 목사에게 아주 뺨을 맞을 각오를 하고 엎드리기도 하고 읍소도 했다. 실제로 총회 실행위원회에서 민찬기 목사가 이의제기하려고 하자 내가 그 앞에 가서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며 무마를 시킨 적이 있다. 이런 과거의 진실한 역사를 모르고 민찬기 목사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나는 그의 편이 되고 싶고 그를 위해서 펜을 든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적어도 역사의 진실을 알아야 한다. 그 양보와 화해의 역사 위에서 오늘의 총회가 있고 우리 총회의 위상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 만약에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내가 이 글을 일찍 썼으면 선관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서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쓴다. 


인간사회에 있어서 법은 마지노선이다. 인간사에 있어서는 법보다 경우와 신의가 중요하다. 약속과 신의를 저버리니까 결국 법으로 가는 것이다. 이미 사회법 가처분이 들어갔기에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가 없다. 선관위도 거기에 걸맞게 법적 대응을 한다고 들었다. 결말이 어찌 나올지 모르지만 나는 과거의 역사의 진실을 밝힌다. 앞으로는 우리 총회가 법보다 경우가 우선이 되는 분위기를 만들기 바란다. 사회적 소송보다 신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기 바란다.


※ 이 글은 본지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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