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與 “하루빨리 재표결” 野 “계획 없다”|동아일보


여야가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이후 특검법 재표결 시점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9일 국회 본회의 등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재표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정부 여당이 하는 대로 따라할 생각이 없다”며 “당장 계획이 없다”는 태도다.

여당은 야당이 재표결 절차를 지연시키면 자칫 4월 10일 총선 투표일 당일까지 김건희 특검법 문제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일부 의원들이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반면 민주당은 2월로 재표결 시점을 잡아 총선 국면이 본격화될 때까지 특검법을 활용하고 여당 내 이탈표도 기대하는 의도다. 국회법상 재표결 시기를 정한 규정은 없다. 국회 사무처는 쌍특검법안을 이르면 4일경 정부로 이송할 계획이다.

● 野 “특검법 재표결 계획 없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을 비롯한 쌍특검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 중대한 국민적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중순 권한쟁의심판 청구 여부를 검토한다고 밝혔고,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전문가 간담회 등을 통해 김건희 특검법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해충돌 여부는 없는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9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재표결하자는 여당 요구에 대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권한쟁의심판 등 법적 대응이 가능한지를 우선 검토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재표결 시기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 내부적으로는 김건희 특검법이 정권 심판론과 직결된다고 보고 재표결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재표결에 나서라도 설 연휴 이후인 2월 임시국회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긴급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과거 의사일정 보면 선거가 있는 해에는 2월에도 임시국회 계속 열었다”며 “임시국회는 최대한 설 연휴 이후에 열 예정”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재적 의원 298명이 전원 출석할 경우 199석 이상이어야 재의결할 수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181석의 야당 의원이 전원 출석하고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18석의 이탈표가 나오면 재의결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셈법이다. 재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이뤄지게 된다.

● 대통령실 “거부권 행사 후 빠르게 재표결”

대통령실은 특검법이 이송되면 신속하게 국무회의를 열고, 거부권 행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쌍특검법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 행사를 한다는 원칙에서 변함이 없다”며 “주중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거부권이 행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 이후 재표결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신속하게 재표결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김건희 특검법을 계속 끌고 가는 건 4월 총선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거부권 행사 후 빠르게 재표결이 진행되고 일단락되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총선 최대 악재로 꼽히는 특검 이슈를 조속히 털어내려는 의중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당도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습격당한 상황에서 야당에 특검법 재표결을 위한 의사 일정 합의를 강하게 요구할 수 없어 대응책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 의도대로 국민의힘 공천이 한창 진행 중인 시점에 재표결을 진행할 경우 여당 내 반란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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