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10대 남녀 “SNS서 수백만원 주겠다고 해 범행”|동아일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경복궁 담벼락을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했다가 경찰에 붙잡힌 10대 남녀가 경찰 조사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낙서를 하면 수백만 원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로 받은 돈은 착수금 5만 원씩 둘이 합쳐 10만 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들은 또 “의뢰자가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서울경찰청 담벼락 등 구체적인 낙서 장소도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만 원 주겠다 약속해 범행”

서울 종로경찰서는 전날(19일) 저녁 경기 수원시 자택에서 검거한 임모 군(17)과 김모 양(16)에 대한 조사를 20일 오후 1시 반부터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호자 입회 등의 문제로 오후부터 조사가 진행됐다”며 “둘 다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임 군은 자신이 스프레이로 낙서를 했다고 인정했다. 김 양도 임 군과 함께 범행 장소에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양이 직접 낙서를 하지 않았지만, 임 군과 함께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나섰다는 점에서 공범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에 사용된 스프레이는 둘이 직접 구매했고 범행 직후 현장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임 군은 학교에는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임 군과 김 양은 경찰 조사에서 “SNS를 통해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낙서를 하면 돈을 주겠다’는 의뢰를 받고 범행 장소와 문구에 대해서도 전달받았다”며 “한 명당 5만 원씩 총 10만 원을 받았고, 스프레이 낙서를 하면 수백만 원을 (추가로) 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추가로 주기로 한 돈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임 군의 낙서에 담긴 불법 영화 공유 사이트에서 홍보를 위해 범행을 지시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사이트가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어 수사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트 측은 범행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에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피의자들이 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해 구속영장 신청 여부와 처벌 수위를 고민 중이다.

● 2차 낙서범 “예술을 했을 뿐”

임 군 일행의 범행이 이뤄진 장소 인근에서 하루 만에 모방 범행을 저지른 20대 남성은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죄송해요, 아니 안 죄송해요. 전 예술을 한 것뿐이에요. 다들 너무 심각하게 상황을 보는 것 같은데 그저 낙서일 뿐”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남성은 18일 자진 출석해 경찰 조사를 받을 때도 “문화재에 낙서를 하는 행위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을 쓴 이유에 대해선 “팬심 때문이고 홍보 목적은 아니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범행 직후에는 인증사진까지 블로그에 올리며 “제 전시회에 오세요. 입장료는 공짜고 눈으로만 보라”고도 했다.

이 남성은 지난달 10일부터 종로구의 한 미술관에서 열리는 미국 아티스트 그룹인 ‘미스치프’ 전시회에서 전시됐던 모자를 훔쳤다가 경찰 조사를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일주일 가량으로 예상됐던 경복궁 담장 복구 작업은 한파 여파로 장비가 얼어붙는 등 문제가 생겨 잠정 중단된 상태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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