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상의총 ‘韓비대위장’ 놓고 충돌
비주류 거센 반발에 결론 못내려
지도부, 18일 黨연석회의 열어 논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사진)이 대통령실 등 여권 친윤(친윤석열) 그룹 내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단일 후보로 급부상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전 긴급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려고 했지만 비윤(비윤석열)계 김웅 의원 등을 중심으로 “대통령 아바타라는 한동훈을 올려 어떻게 총선을 이기겠다는 건가”, “이러다 100석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거센 반발이 이어져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 지도부는 18일 의원과 원외당협위원장을 모은 연석회의를 열어 한 장관 비대위원장 인선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추대로 다수의 의원들과 당원들의 중지가 모아지고 있다”며 “그동안 한 장관이 보여준 언행에 비춰 윤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할 수 있는’ 인물이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깔려 있다”고 전했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할 경우 장관직을 사퇴해야 한다. 당내 반대 여론이 주말 사이 어느 정도 수습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이날 의총에서도 18명의 의원이 자유발언에 나선 가운데 예상보다 강한 반발이 나온 만큼 18일 연석회의에서도 한 장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분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내 주류 및 지도부 소속 의원들은 이달 의총에서 “한 장관을 삼고초려해서라도 모셔 와야 한다”(김성원 여의도연구원장), “한 장관은 이재명 대표와 대비되는 인물이기에 검사 출신이지만 괜찮다”(김석기 최고위원)고 먼저 ‘한동훈 대세론’을 띄웠지만, 김웅 의원 등 비주류를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졌다.
여권 친윤 그룹은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집권여당의 지도부 공백이 장기화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 속에 다음 주 비대위원장 인선을 마무리 짓고 비대위원들을 구성해 연내 출범한다는 방침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공천관리위원회는 내년 1월 10일까지 구성해야 한다”며 “비대위 출범 후 내년 1월 초에 곧바로 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與 ‘한동훈 비대위’ 충돌… “국민이 지지” “이러다 100석도 못건져”
지도부 ‘韓비대위장 추대’ 기류에… 비주류 “정치경험 없는 바지사장”
與비상의총 18명 나서 난상토론… “北 김주애 같아” “악마라도 모셔야”
강경발언에 고성 오가… 결론 못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추대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드신 것 같은데, 그렇게 해도 여러분 공천 못 받습니다.”(김웅 의원)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 의원총회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비대위원장 인선 여부를 두고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이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려는 기류가 감지되자 반발이 제기됐다. 비윤(비윤석열)계인 김 의원뿐 아니라 일부 의원들도 “한 장관으론 선거에서 못 이긴다”고 가세하면서 의총장은 시끌시끌해졌다. 결국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특정인을 옹립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니 너무 단정적으로 말하진 말라”고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한 의원은 의총 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마디로 ‘한동훈 비대위’를 세우려다가 실패한 의총”이라고 평가했다.
● 한동훈 두고 “전 국민 지지” vs “북한 김주애냐”
이날 의총은 김기현 대표 사퇴 후 당 지도부 공백 사태를 수습하고 당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선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원장인 김성원 의원이 첫 발언자로 나서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판을 흔들어야 한다”며 “이 위기를 뚫고 나갈 수 있는 분은 한 장관”이라고 한 장관 추대를 주장했다. 이어 지성호 의원도 “전 국민적 지지를 받는 인물이 필요하다”며 “우리 당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유력 인물이 한 장관이라 생각한다”고 가세했다. 후반부에는 친윤 주류인 김석기 최고위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버금가는 인지도와 지지도를 갖고 있으면서 재판을 받는 이 대표와 대비되는 인물이기에 검사 출신이지만 괜찮다”고 했다고 한다.
이에 김웅 의원은 한 장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딸 주애에게 비유하며 “여러분이 우리 당의 새로운 ‘김주애’를 올리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일부러 북한 김정은-김주애 부녀를 언급해 당내에 경각심을 주려고 했던 것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가 작전을 짠 듯 한 장관 추대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에 김 의원 등이 제동을 걸었다는 게 복수의 의원들 설명이다.
김웅 의원은 이날 “(한 장관 추대 분위기에) ‘깽판’ 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우리 당이 용산 2중대 역할을 해서 국민들 지지를 못 받는데 대통령 아바타라는 한동훈을 올려 어떻게 총선을 이기겠다는 건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이러다가 100석 이하로 가서 대통령 탄핵당하는 꼴 보고 싶냐”고 말하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했던 이용 의원이 “여기서 왜 탄핵 얘기가 나오냐”고 소리치며 고성이 오갔다고 한다.
한 장관이 정치 경험이 없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용호 의원은 “누구라고 지칭 안 하겠다”며 “정치 경험이 많은 분이 와야 한다. 와서 ‘얼굴마담’ 하고 ‘바지사장’ 하고 우리가 뒷받침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건 위험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 여권 “한동훈의 정치적 브랜드 빌려와야”
이날 의총에선 한 장관만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떠올랐던 것은 아니다. “기존에 거론되는 사람 중에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적임자가 아닌가 생각한다”(김학용 의원)는 의견과 “총선을 이기는 데 필요하면 악마라도 모시고 적장이라도 모시는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이용호 의원)”며 민주당 출신의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암시하는 발언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여권 핵심그룹이 한 장관을 단수 후보로 추진하고자 하는 배경에는 당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국민적 신뢰감이 필요하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 장관이 갖고 있는 ‘정치적 브랜드’를 국민의힘이 좀 빌려 쓰자는 것”이라며 “3040세대 젊은 층과 여성을 포함해 국민적 지지가 높은 만큼 당에 새 바람을 가져올 인물이라는 점에서 원내외에서도 한 장관 대세론이 굳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의 ‘리스크 최소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여러 모로 무난한 카드라고 평가받았던 원 장관이 최근 전광훈 목사를 만나는 등 설화를 일으키면서 확장성에 한계를 보여 줬다는 우려가 있다”며 “상대적으로 한 장관은 실수가 적지 않겠냐는 바람들이 크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18일로 의원들과 원외당협위원장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연석회의를 소집한다고 밝힌 가운데 사실상 한 장관을 추대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