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분당 등 1기 신도시의 재건축, 재개발을 용이하게 해주는 ‘노후계획도시 정비지원 특별법’을 둘러싼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국민의 삶과 직결된 법안이 연내에 꼭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 적극적인 논의를 부탁드린다”고 함에 따라 정부 여당 내부 논의는 이미 속도가 붙었다. 여기에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 안정 등을 이유로 미온적 반응을 보였던 더불어민주당도 1기 신도시 특별법 연내 제정 추진을 공식화한 상태다. 내년 총선을 5개월 앞둔 상황에서 메가시티 추진이 정국을 강타함에 따라 수도권 표심에 사활을 건 여야가 서로 1기 신도시 특별법 추진에 속도를 내는 형국이다.
● “尹 공약, 민주당이 받겠다고 한 것”
1기 신도시 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택지 조성 20년이 지났고 면적이 100만㎡ 이상인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면적 기준인 100만㎡는 수도권 행정동 크기(인구 2만5000명, 주택 1만 채 내외)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경기 일산, 분당, 평촌 등 기존 1기 신도시뿐 아니라 서울 상계·중계, 목동, 개포·수서, 부산 해운대, 대전 둔산, 인천 연수 등 전국 약 50개 지역의 재건축 등 정비 사업이 탄력 받을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1기 신도시 특별법은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어제 공식적으로 이를 수용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민생 정책으로 이번 정기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가 돼야할 법안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이 통과하면 이들 지역은 ‘노후계획도시’로 지정돼 기존의 일반 정비사업에 비해 속도나 규모 면에서 대폭 규제가 완화된다. 택지조성 완료 20년 이후부터 정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재건축 연한(준공 30년) 이전에 정비 계획을 짜는 것이 가능해진다. 대통령실의 다른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는 노후 도시 정비를 추진해왔지만 여태까지 민주당이 반대해왔다”며 “뒤늦게라도 민주당이 이번에 입장을 바꿨으니 신속하게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추진해야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 與 “야당, 김포 메가시티 이슈 커지자 태도 바꿔”
국민의힘은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정기국회 안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사실상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다행히 최근 야당에서 관련법 통과에 미온적 태도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여줘 연내 통과에 가속도가 붙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의동 정책위의장도 10일 “수도권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전국의 노후계획도시를 신속하게 정비하기 위한 특별법이 반드시 올해 안에 통과돼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이는 여야가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논의하면서도 수도권과 특정 지역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의견이 엇갈려 국회 국토위원회 법안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기류다. 국회 국토위 관계자는 “1기 신도시 특별법에 반대했던 야당이 김포 서울편입 이슈가 커지자 태도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는 주내에 서울 편입을 원하는 수도권 도시에 대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서울 뿐만 아니라 어느 지역이든 원하는 지역에 대해 뉴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野 “연내 법안 통과 잘 챙기겠다”
더불어민주당도 신도시 재정비와 관련해 특별법을 연내 처리하겠다며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노후계획도시 주거환경개선 특별위원회의에서 “1990년대 중반 경기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등 1기 신도시를 건설한 지 30여 년이 훌쩍 지났다. 노후계획도시의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민주당이 앞장서 연내에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잘 챙기겠다”고 말했다. 특위 위원장인 김병욱 의원은 “대한민국은 공동주택 비율이 높다. 대규모 아파트가 40년 전부터 최근까지 계속 공급되고 있다”며 “1기 신도시를 비롯한 일정 규모 이상의 노후도시가 대한민국에 상당히 존재하고 시간이 지나며 주민에게 삶의 불편을 주고 있다“고 부연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