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연일 친윤(친윤석열) 핵심과 당 지도부, 영남 중진을 겨냥해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결단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촉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혁신위를 조기 해산하는 방안도 혁신위 내부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인 위원장이 결단을 요구한 지 11일째이지만 당에서 호응하는 공개 움직임이 나오지 않자 배수진을 치고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경진 혁신위원은 이날 “혁신위가 역할이 의미가 없고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굳이 임기를 채울 필요 없이 조기종료 하자는 대화가 오고간 사실이 있다”며 “혁신위 조기 종료가 현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합의되거나 논의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혁신위가 조기 해산 방침을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친윤 핵심을 겨냥한 불출마, 수도권 험지 출마 결단 등 혁신위 요구에 호응이 계속 없고 혁신위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되면 언제든지 조기해산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날 인 위원장은 MBC 라디오에서 결단을 내리지 않는 당 핵심들을 향해 “(그냥) 우유를 마실래, 아니면 매를 좀 맞고 우유를 마실래 이런 입장”이라면서 “역행하는 사람도 있다. 지역구에 그냥 조용히 출마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별로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로 가지 않겠다”며 반발하자 장 의원을 겨냥해 표현 수위를 높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인 위원장은 당 지도부를 향해선 “권고사항이었기 때문에 혁신안을 내지 않아서 (최고위원회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불출마, 험지 출마를) 안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누구 말을 듣고 후퇴하거나 그럴 사람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장 의원은 부산 사상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장 의원은 11일 경남 함양에서 열린 자신의 외곽 조직인 여원산악회 창립 기념식에서 “(나에게) 서울 가라고 한다”며 “저는 제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 위원장의 ‘낙동강 하류’ 발언을 겨냥한 듯 “낙동강 시대의 중심 ‘사상’을 만드는 데 제 남은 인생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했다. 장 의원은 또 “부산 사상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한편 이날 인 위원장이 수행실장에 국민의힘 소속 이성헌 서울 서대문구청장의 아들을 채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인 위원장이 내년 총선에서 서울 서대문갑 출마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인 위원장은 이날 JTBC에서 서대문갑 출마 질문에 “아니다. 다 내려놨다”고 답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