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학원 가기 전에 편의점에서 에너지드링크 하나씩은 마셔요.”
6일 오후 7시쯤 광주지역 학원 밀집지역인 남구 봉선동의 편의점들에선 각종 에너지 드링크를 손에 들고 다니는 학생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중학교 1학년 유모양(14)은 학교·학원 친구들과 친오빠(16)의 권유로 처음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기 시작했다.
유양은 “하교 후에 친구들이 에너지 드링크를 많이 마신다. 호기심 때문에 저도 마셔봤는데 잠도 안오고 공부에 집중이 된다. 편의점에서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음료”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고카페인 음료에 손을 대는 이유는 ‘잠에 쫓겨서’, ‘학업 성적 향상을 위해’, ‘친구 사이의 유행’, ‘카페인 섭취의 부작용을 몰라서’ 등이 대부분이었다.
여중생 김모양(15)도 저녁에 잠을 자지 않고 학원 숙제를 하기 위해 고카페인 음료를 접했다고 한다.
김양은 “학교에서 창체시간마다 카페인의 위험성과 관련된 영상 또는 기사들을 보여주며 카페인 관련 교육을 받지만 시험 기간이기도 하고, 주변 또래 친구들도 많이 마시기 때문에 에너지드링크를 집게 된다”면서 “시험보는 날에는 음료를 들고 등교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2학생 이모양(15)은 “친구들과 틱톡을 자주 보는데 영상에서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면 잠이 안 온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시험기간이 되면 다들 마시니까 카페인 섭취에 대해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고등학생들 사이에선 에너지드링크가 일상화된 지 오래됐다.
기말고사와 모의고사를 치루며 오후 늦게 학원수업이 끝나는 고등학교 2학년생 안모군(18)은 “학원에 가기 전 편의점에 들러 에너지 드링크를 구매하는 게 루틴”이라고 말했다.
안군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공부할 양이 많아져 잠자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드링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사실 몸이 안 받는 걸 느낀다. 마시면 심장이 뛰고 속이 안 좋지만 적응이 되면서 마시는 캔 수를 늘리고 있다”며 “부모님이나 학원 선생님들도 별다른 제지를 하거나 관심이 없어 목마를 때 물 대신 마신다. 낮에는 잠도 안 오고 학교에 있다보니 밤에 마시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한 대학생은 “학생들이 에너지 드링크를 수시로 사다 마신다. 시험기간인 8월 중순~9월, 10월 말부터 11월까지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저렇게 어릴 때부터 카페인에 의존하면 나중엔 어떻게할지 걱정이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다양한 연령대의 청소년들이 고카페인 음료에 스며들고 있으나 관련된 규제나 학교 교육, 어른들의 관심도는 저조하다.
고카페인 음료는 100㎖당 카페인 15㎎ 이상 함유한 음료이며 청소년과 어린이는 체중 1㎏당 카페인 2.5㎎이하가 최대 섭취 권장량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주로 마시는 음료들엔 355㎖당 80㎎의 이상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있다.
다른 에너지 드링크에 비해 단맛이 강해 많은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특정 브랜드의 음료 겉면엔 ‘한 캔을 마신 후 2시간 내로 또 섭취하지 말라’고 적혀있다.
식약처는 학생 건강 등을 고려해 지난 4월부터 편의점 고카페인 음료 진열대에 주의문구를 표시하고 과다섭취 시 부작용을 알리는 사업을 확대했다.
학원가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공통적으로 “에너지 드링크에 어느 정도의 카페인이 들어 있는지 모른다”며 “아이가 먹는 것엔 관심이 많은데 상대적으로 마시는 것엔 관심이 없었던 거 같다. 이야기를 나눠보고 섭취를 자제시켜야겠다”고 말했다.
송희순 광주보건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처음 카페인을 접했을 때 느끼는 각성효과는 잠을 깨는 듯한 느낌이 커 중독될 가능성이 크다”며 “카페인을 다량 섭취하게 되면 칼슘 배출량을 증가시켜 키 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10대의 온전한 성장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식습관 개선”이라며 “드링크 형태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 보다는 골고루 먹고 잠을 깊게 자는 것을 추천한다”고 당부했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