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총연합이 18일 오후 2시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9층 회의실에서 제6-4차 상임회장 회의를 연 가운데, 통합추진위원장 소강석 목사가 보고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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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물살을 타는 듯했던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 논의가 다시 미궁에 빠졌다.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이영훈, 이하 한교총)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정서영, 이하 한기총)와의 통합 선결 과제로 이단성이 있는 교단에 대한 처리를 요구하기로 재확인한 것이다. 9월 주요 교단 총회에서 통합에 대한 인준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도 제시됐다.
한교총은 18일 오후 2시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9층 회의실에서 제6-4차 상임회장 회의를 개최했다. 이에 앞서 한교총과 한기총은 통합에 대한 구체적 합의에까지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통합추진위원회(위원장 소강석 목사, 이하 통추위)의 보고에 의하면, 양 기관은 통합 기관의 명칭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로 하고, 기관의 운영, 즉 대표회장 선출 등을 담은 정관은 한교총 방식으로 하는 데 합의했다. 이후 각각 임시총회를 열어 해당 내용을 결의하고 통합을 위한 총회를 개최해 마무리짓는다는 시나리오였다.
이단성 있는 교단에 대한 전제조건도 포함됐다. “이단성 관련 사항 처리는 공교단의 기존 결의대로 하여 회원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전제였다. 하지만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후속처리위원회’를 둬서 ‘선통합 후처리’를 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회의에 앞서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는 “한국교회가 분열된 모습으로 대사회적 신뢰도를 잃었고, 대외적으로 비판을 받을 때 하나 된 대표기관에서 일관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통합에 대한 명분을 제시했다.
또 “통합된 기관은 故 한경직 목사님이 창립하신 한기총의 역사성을 계승하고자 그 이름을 쓰되, 금권선거 등 교권주의를 배격하고자 대표회장 선거에선 한교총 정관을 따르기로 했다”며 “한국사회 앞에서 한국교회의 그간 분열된 모습을 회개하고 긍정적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장 통합 이순창 총회장은 “하나 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으나, 이단 문제를 명백하게 짚고 정리된 것을 알리는 것이 우선이다. 조금은 천천히 가자. 본회에 보고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9월 주요 교단들의) 총회 이후로 미뤄 달라”고 했다.
예장 고신 권오헌 총회장은 “본 교단은 한기총과 한교연(한국교회연합)이 나뉠 때도 4년간 진통을 겪었다. 통합 명분은 반대하지 않지만, 이단 문제 등 충분히 조사를 하고 합의된 사항을 도출해야 한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꼼꼼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예장 합신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이에 이영훈 대표회장은 “올해 총회장이 되신 교단장 분들께서는 서두르는 것처럼 느껴지시겠지만, 한교총이 창립된 이후 5, 6년이라는 오랜 기간 의견을 수렴했다. 각 교단장이 중심이 되는 한교총이 정관을 따를 것이기에, 특정 사람 중심의 쏠림 현상은 없을 것이고 신뢰도 회복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만 생각하자”고 말했다.
우려 제기가 계속되자 기독교대한감리회 이철 감독회장은 “전체를 생각하면 통합은 할 수밖에 없지만 과정이 문제다. 이제부터 총회장과 임원진이 통추위와 함께 직접 나서 걸림돌에 대한 디테일한 논의를 해 달라. 각 교단 총회 전까지 세부 문제들을 정리해 주면 (교단들의 결의 후) 12월에는 통합 총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강석 통추위원장은 “미국과 영국은 분열의 상처 때문에 반기독교 세력 앞에 무너졌다. 역사의 교훈을 따를 뿐”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예장 백석 장종현 총회장은 “한국교회의 95%가 한교총에 있다지만, 여전히 역사와 정통성을 한기총에 두는 분들이 많다”며 빠른 통합에 무게를 실었다.
결국 이들은 통추위에 모든 권한을 일임하되, 대표회장단과 통추위원장이 9월 총회 시즌 전까지 한기총과 이단성 관련 논의를 마무리짓고, 그 결과에 따라 임시총회 및 통합총회를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