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묻지마 범죄’와 대책, 그리고 교회의 자세 < 시론 < 오피니언 < 기사본문



송병호 교수(백석대 경찰학부장)
송병호 교수

(백석대 경찰학부장)


최근 들어 연이어 ‘묻지마 칼부림’ 범죄가 발생하고, 살인 및 다중 폭발살해를 예고하는 글이 온라인상에서 폭주하고 있다. 실제 흉기소지사범이 검거되며 중무장한 경찰들이 출입 통제와 검문 검색하는 모습 등에서 우리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범죄 불안감이 높다. 언제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걱정에 각종 방범 도구를 구입하는 현실이다.


‘묻지마 범죄’는 전통적인 범죄와는 다른 유형이고 개념 정의도 명확하지 않아 일반인들은 물론 범죄 대책을 세우는 형사사법기관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의도를 가지고 범행 대상을 특정해 행하는 전통적인 범죄와는 달리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설명되지 않는 동기로 무차별적 폭력을 행사한다는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총기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에서는 1900년대 초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총격을 가한 대량살인사건에서, 일본은 1980년 초반부터 동기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길거리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도리마 살인’에서, 그리고 국내에서는 1982년에 발생한 우범곤 순경 총기 난사 사건에서 그 유래를 찾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는 모방성을 띠고 사건 수가 급증하며 음주나 약물남용보다는 고의계획범행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 범죄전문가는 “묻지마 범죄라는 것은 없다. 그렇다면 원인분석을 할 수 없다는 뜻인데, 원인분석 없이는 대책도 마련할 수 없는 만큼 이는 잘못된 진단”이라고 꼬집었다. 맞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은 경제적 사회적 계층에서 신분 상승의 단절을 경험하고 실패의 원인을 사회구조나 타인에게 전가 타인에 대해 분노하거나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이 우울증, 조울증, 정신분열증 등의 정신질환이 재발해 불특정인을 상대로 공격성을 표출하는 경우 등으로 분석된다. 신림역 칼부림 건은 피의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자신의 불우한 환경조건과 또래 남성들에 대한 열등감에 대한 반발과 분노심이 원인으로 보이며, 서현역 건은 조현병 정신질환 경력자가 약물 처방을 중단한 뒤 피해망상 등 증상의 악화로 촉발된 사회에 대한 분노와 피해 전가가 원인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원인은 상존해온 측면도 있으므로 최근의 급증을 모두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얼마 전부터 보건복지부는 전 국민 대상 ‘정신건강 검진 전면 도입’과 ‘정신건강 관리시스템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병원 측의 ‘치료중단자 관계기관 통보 제도’가 실시됐다면 일부 건은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형벌의 범죄억제력이 미흡한 현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도 최근 묻지마 범죄의 급증 원인으로 들기도 한다. ‘사형제도’ 존폐 논의와 관계없이 ‘가석방 없는 무기형’ 혹은 ‘종신형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편 급증하는 최근의 범죄 사건을 보면서 인간의 타락과 범죄의 본질을 되새기는 요즘이다. 인류 최초 범죄는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 절도사건(창 3:6)으로, 먹음직·보암직·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러움에 범죄했다. 인류 최초 가족살인자 가인도 제물을 받지 않는 분노에 동생 아벨을 돌로 쳐 죽인다.(창 4:8) 즉 하나님의 말씀에서 떠나 인간의 욕심과 타인을 향한 적개심이 범죄의 핵심인 것을 알 수 있다.


범죄에 대한 대응으로 위에서 몇몇 정책들을 언급했지만,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관점에서 참된 범죄 대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나님은 살인자 가인의 범죄에 대해 보복적인 맞대응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으셨으며, 가인의 사형을 거부하고 회복과 은혜 그리고 구원을 제시하셨다. 묻지마 흉악범죄자를 비난하기는 쉽지만, 이유를 찾고 재발대책을 강구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범죄자와 피해자가 모두 회복되고 진정한 평화, 원상태로 되돌아가는 길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그럼에도 최대한 묻지마 범죄 원인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맞춤식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며 이와 함께 샬롬을 향한 지속적인 기도가 필요하다. 가해자가 자신의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책임감과 실천의 길로 인도되기를, 피해자나 유가족이 상처를 딛고 용서와 회복의 길로 인도되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여호와는 “우리의 죄를 따라 우리를 처벌하지는 아니하시며 우리의 죄악을 따라 우리에게 그대로 갚지는 아니하셨으니”(시 103:10)의 진정한 의미를 새기고 실천되도록 기도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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