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양자 차원의 정상회담도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일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내 방사성 오염수 방출계획에 관한 논의도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본 측의 회담 이후 ‘언론 플레이’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 회담도 진행할 것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면 지난달 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계기 회담 이후 약 1개월 만이 된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일단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는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의 의제가 아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한일 양자 회담이 열린다면 ‘당연히’ 관련 문제가 논의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 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과 관련해 실제 방류가 이뤄질 경우 △모니터링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방류 점검 과정에 우리 전문가를 참여토록 하며, △방류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할 땐 즉각 방류를 중단할 것 등 3개 사항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일본 측은 이 가운데 ‘우리 전문가의 방류 점검 참여’와 관련해선 아직 공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일본 측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쯤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한일정상회담에서 열린다면 어떤 식으로든 그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폭발사고가 발생해 가동이 중단됐으나, 이후에도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 주입과 지하수·빗물 유입 등 때문에 하루 140톤 안팎의 오염수가 원전 건물 내에서 생성되고 있다.
이에 일본 측은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란 장비를 이용해 이 오염수에서 주요 방사성 물질을 걸러낸 뒤 이를 다시 바닷물에 희석해 향후 약 30년간에 걸쳐 흘려보낸다는 계획을 마련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달 4일 공개한 ‘종합 보고서’에서 이 같은 오염수 처리 방식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알프스로 정화한 이 오염수(일본에선 ‘처리수’라고 부름)에도 삼중수소 등 일부 방사성 물질은 그대로 남아 있어 해양 생태계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알프스 설비의 성능 자체 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따라서 이번 한미일 회의를 계기로 한일정상회담이 개최될 경우 기시다 총리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계획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우리 측의 요구 및 권고 사항을 상당 부분 수용하는 방식으로 ‘이해’를 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일본 측에서 우리나라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재개를 요구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현 등 8개 현의 모든 수산물과 15개 현의 농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와 수산물 수입규제는 별개 사안”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선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 뒤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거나 ‘독도 문제도 논의됐다’는 사실과 거리가 먼 보도들이 쏟아져 나와 우리 정부 당국자들을 곤혹스럽게 한 적이 있다. 즉, 이번에도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우리 정부 차원에서도 사전에 충분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도 “일본 측이 이번에도 언론플레이를 할 가능성이 크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뿐만 아니라, 대만·우크라이나 관련 문제, 그 외 인도·태평양 역내 현안 등에 대해 우리 정부의 입장과 다른 얘기가 추후 ‘일본발(發)’로 흘러나오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