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차례 핵실험으로 지반 크게 불안정… 실험장 갱도 천장 붕괴 감지”|동아일보


CTBTO 사무총장 방한 인터뷰

방한한 로버트 플로이드 CTBTO 사무총장이 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크게보기방한한 로버트 플로이드 CTBTO 사무총장이 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유엔 산하의 핵실험 감시기구인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의 로버트 플로이드 사무총장은 9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북한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 “6차례 핵실험을 거치는 동안 실험장 지반이 점점 더 불안정해졌다”며 “실험장으로 들어가는 일부 갱도의 천장에서 돌이 떨어지는 등 크게 붕괴된 사실이 감지됐다” 고 밝혔다. 이렇게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한다면 기존 지반이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져내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유엔은 1996년 대기권, 외기권, 수중, 지하 등 모든 영역에서 모든 종류의 핵실험을 금지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채택했는데, CTBTO는 이 조약을 이행하기 위한 기구다. CTBTO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있는 300여개 관측소를 통해 실시간으로 핵실험 징후를 탐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196개 유엔 회원국 중에서 북한, 인도, 파키스탄 등 10개국을 제외한 186개국이 가입했다.

플로이드 사무총장은 “2017년에 이뤄진 북한의 마지막 핵실험(6차 핵실험)은 가장 규모가 컸고, 지반의 안정성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7년 핵실험 이후 수많은 여진이 감지됐다”며 “지진과 비슷해보이지만 사실은 핵폭발에 따른 여진으로 암석이 자기 위치를 재조정할 때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호주 출신인 플로이드 사무총장은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1년 동안 호주 핵비확산청(ASNO)의 사무총장을 지낸 핵·비확산 분야 전문가다.

플로이드 사무총장은 북한의 7차 핵실험 징후에 대해 감지된 내용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세계 여러 연구기관의 위성사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오래전부터 핵실험을 위한 준비를 마쳤고, 언제든 핵실험이 진행될 수 있다”며 “CTBTO는 핵실험이 이뤄질 경우 ‘24시간 연중무휴’로 탐지할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CTBTO는 북한의 6차례 핵실험 징후를 정확하게 탐지해 전세계 회원국에 통보했다.

이달 9일부터 12일까지 한국에 머무는 플로이드 사무총장은 10일 오영주 외교부 2차관을 만나 한국과 CTBTO의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그는 11일에는 CTBTO 국제 관측소 중 하나인 강원도 원주의 한국지진파관측소 운영을 관할하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찾을 예정이다.

다음은 플로이드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CTBTO는 앞선 북한의 6차례 핵실험을 정확하게 감지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징후를 감지한 바 있는가.

“전세계 여러 기관과 비정부 연구기관들이 위성 사진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핵실험 준비 상황에 대해 판단하고 있다. 그 보고서를 보면 북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핵실험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언제든 핵실험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CTBTO는 핵실험이 이뤄질 경우 밤낮이나 요일에 상관 없이 탐지할 준비가 되어있다. 24시간 연중무휴로 탐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전 세계 회원국에 공유할 준비가 돼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외에 또다른 비밀 핵실험장을 마련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곳에서 핵실험이 이뤄지더라도 CTBTO가 효과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가.

“우리는 전세계 304곳에 관측소를 두고 있는데, 이 곳에서 지각·해양·대기 진동과 대기 중 방사성 물질을 감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핵폭발과 관련한 명백한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이 네트워크는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 북한에서 핵폭발이 일어난다면 어느 곳에서든 탐지할 수 있다. 어디에서 폭발이 일어났는지도 정확하게 회원국에 알릴 수 있다. 영변 이외의 다른 핵실험장이 있었다고 해도 어디든 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시스템 가동엔 중요하지 않다.”

―북한에서 올해만 6번의 지진이 발생했다. 앞선 핵실험으로 지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7번째 핵실험이 이뤄진다면 지반에 큰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북한의 유일한 실험장은 작은 산 아래에 있다. 같은 산 아래에서 6번이나 핵폭발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산은 점점 더 불안정해진다. 2017년 이뤄진 마지막 실험(6차 핵실험)은 그중에서 가장 큰 실험이었다. 산의 안정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2017년 실험 이후 수많은 여진이 감지됐다. 여진은 암석이 위치를 재조정할 때 발생한다. 지진과 비슷해보이지만 사실은 핵폭발에 따른 여진이다.”

―실제로 지반 붕괴로 보이는 정황도 파악됐나.

“우리 시스템은 굉장히 민감하다. 산 안에는 실험장이 있고, 실험장 안으로 들어가는 갱도가 있다. 우리 시스템은 일부 갱도의 천장에서 대량의 암석이 떨어져내리는 등 크게 붕괴된 것을 감지하고 있다. 산이 무너질까? 부분적으로는 그렇다. 갱도가 무너지고 있는가? 그것은 맞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CTBTO는 어떻게 대응하는가.

“핵실험이 발생하면 우리는 의심스러운 지진 활동으로 판단해 경보를 발령한다. 분석가들은 핵폭발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 우리는 모든 데이터를 거의 실시간으로 CTBTO의 196개 회원국과 공유할 것이다. 회원국은 핵폭발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독립적인 분석을 할 수 있다. 다만 어떤 국가도 핵무기를 더 이상 개발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것이다. 우리는 또다른 핵폭발을 감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한국과의 협력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최근 비엔나에 있는 제 집무실에서 대한민국 총리를 접견했다. 터를 매우 신속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드렸다. 대한민국과 CTBTO의 파트너쉽은 매우 오래 지속됐고 또 매우 깊다. 대한민국은 CTBT가 서명을 개시한 첫 날에 서명했고, 3년 뒤 비준을 완료했다. 대한민국은 기술 역량과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여러 차례에 걸쳐 유능한 인재들을 우리 조직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국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북한과의 대화와 한반도 비핵화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활동이다. 해당 국가들은 매우 섬세하고 신중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가 그들의 활동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모든 국가들의 성공을 기원한다. 평화와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한반도의 미래를 바란다.”

―북한을 향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

“북한 지도부 누구라도 만나서 핵실험 금지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 평화를 향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첫 걸음은 핵실험 유예를 약속하는 것, CTBT에 서명하는 것이다. 그 가치에 대해 (북한 지도부와) 이야기하고 싶다.우리는 북한이 핵실험 모라토리엄(중단)을 약속하고, 전세계 다른 국가들과 함께 모라토리엄을 실천하는 데 동참하기를 정말로 바란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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