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및 친구, 지인 등 주변에 이단 신도가 있다고 답한 한국교회 성도 10명 중 7명은 주변 인물들로부터 이단 모임에 참석 권유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문제는 이들 세 사람 중 한 명이 권유에 따라 모임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개신교인 절반 이상이 이단의 존재를 두려워하고 있었지만, 이단을 분별하고 그들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다고 한 이들은 전체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이단의 위협에 놓인 교인들에 대한 목회자들의 관심과 교육이 절실해보인다.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지용근)와 바이블백신센터(원장:양형주 목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2023 한국교회 이단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신교인의 13.3%는 가족이나 지인 중 ’이단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68.2%가 ‘이단 모임을 권유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를 개신교인 전체로 환산하면 전체의 8.4%가 이단 모임을 권유받은 셈이다.
대부분의 경우(49.4%) ‘성경공부’로 속여 모침 참여 권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외에 ‘좋은 사람들의 모임’(19.4%) ‘문화 행사 모임’(15.3%) ‘인문학 공부’(4.6%) ‘취업을 위한 모임’(3.6%) 등으로 위장해 이단 모임에 이끌었다고 답했다. 직접적으로 이단에 대해 설명하며 모임 참석을 독려한 경우도 15.0%로 조사됐다. 이단 모임을 권유받은 이들의 31.8%는 실제로 ‘이단 모임에 가봤다’고 응답했는데, 이 중 절반 가까이는 두 번 이상 참석했다고 답했다.
개신교인 대다수는 이단에 대해 ‘멀리하고 싶다’(86.3%)는 부정적 인식과 함께 ‘이단의 접근(미혹)을 분별하고 저항할 자신이 있다’(75.4%)는 반응을 보였지만, 정작 ‘이단 교리를 분별하고 반박할 자신이 있는지’(47.7%)와 ‘이단의 교리를 알고 있는지’(47.6%)를 묻는 질문에는 절반 이하의 개신교인들만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아 이단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드러냈다.
이번 조사에서는 현재 이단에 속해 있는 신자들을 추려내 그들을 대상으로도 조사가 이뤄져 눈길을 끈다. 최초 소속 교단 설문을 통해 이단으로 분류되는 응답자들을 선정했으며, 전체 교회출석자 대상들에게 ‘출석교회가 정통적인 교회에서 주장하는 소위 이단에 속한 교회인지’를 물어 이단 여부를 재설문해 이단 신자를 추려냈다. 그 결과 교회 출석자 중 8.2%가 이단으로 예상된다. 이를 가장 최근 조사(한목협 <한국기독교분석리포트>, 2023.06)에서 확인된 개신교인 수(545만명)에 적용해보면 국내에 최소 31만명에서 최대 59만명(표본오차 감안)의 이단 신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에서 걸러진 이단 신자들을 대상으로 종파 활동을 시작한 연령을 묻자 평균 21.8세로 나타났다. 이단이 청년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처음 활동 시작은 ‘가족의 권유’(38.2%)와 ‘사회/학교의 친구 및 지인 권유’(19.1%)의 영향이 가장 컸는데, 특별히 이단 신자 3명 중 2명(65.8%)은 ‘같은 종파에 속한 가족이나 친척이 있다’고 응답해 가족 단위를 중심으로 이단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였다. 앞선 질문에서와 마찬가지로 권유 시에는 ‘교리공부/성경공부 권유‘(37.2%), ’그냥 교회에 가자고 권유‘(31.9%) 등으로 미혹하는 경우가 많이 조사됐다.
한편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집단감염 사태와 최근 방송을 통해 드러난 이단의 정체에 내부 동요를 예상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단 신자 대다수(86.2%)는 소속 종파의 교리와 지도자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고 있었다. 언론의 이단 보도에 대해서도 ‘우리 종파와 상관없는 일’(44.4%), ‘왜곡/과장된 보도’(43.4%) 등으로 치부하는 경향을 보였다.
결과를 분석한 목회데이터연구소 지용근 대표는 “이번 조사는 그동안 감과 경험으로 이야기됐던 국내 이단 신자 수효에 대해 과학적인 조사 방법을 통해 확인된 최초의 자료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이단 세미나 및 강의, 논문 작성 등에 있어서 인용할 하나의 지표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3~5년 주기로 조사를 실시해 이단 추세 등을 관찰한다는 방침이다.
바이블백신센터 원장 양형주 목사는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듯 이단에 대한 한국교회 성도들의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상당수가 모임에 가볼 정도로 이단의 포교는 여전히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단의 교리를 알고 있거나 분별할 역량이 결여된 상태에서 앞으로도 미혹돼 넘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여전히 이단에 대해 취약한 한국교회의 현실을 우려했다. 그는 이어 “객관적인 자료가 나온 만큼, 단순한 데이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단 전문가들이 모여 실질적인 준비와 대응 계획을 만드는 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이단에 대한 예방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조사는 두 기관의 의뢰로 기독교 조사 전문기관 지앤컴리서치를 통해 5월 12일부터 31일까지 20일간 ‘이단에 속하지 않은 개신교인’ 1858명과 ‘현재 이단에 속해 있는 신자’ 30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실시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