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때마다 “물관리 일원화”… 조직개편으로 허송 우려 [기자의 눈/김예윤]



부처간 재난업무 재조정보다
인프라 점검-대응체계 개편 시급

김예윤·정책사회부김예윤·정책사회부

“국토교통부에서 하던 수자원 관리를 무리하게 일원화한 것이 화를 키웠다.”

14명이 목숨을 잃은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 등 전국적인 이번 수해 원인으로 ‘물 관리 일원화’가 지목됐다. 18일 당정은 이같이 말하며 지난해 1월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넘어간 하천 관리 등 수자원 관리 권한을 국토부로 원상 복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물 관리 일원화는 수량 관리는 국토부, 수질 관리는 환경부가 나눠 하던 물 관련 업무를 환경부가 일괄적으로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2018년 5월 이런 내용을 담은 ‘물관리기본법’이 통과됐다. 이때까지도 하천 관리 기능은 국토부에 남아 있었다. 이를 환경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건 역대 최장 기간 장마를 기록한 3년 전 물난리 때다. 국토부로의 재이관 논란처럼 ‘홍수 피해 대응을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2020년 8월 수해 피해가 커지자 당시 여당(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물 관리가 분리돼 있어 지방 하천 관리가 부실했다. 반쪽짜리 일원화 때문” 등 ‘하천 관리를 환경부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그해 12월 정부조직법이 개정됐고 1년간 준비를 거쳐 지난해 1월부터 환경부가 하천 관리 업무를 맡게 됐다.

소관 부처는 달라졌지만 실제 하천 관리 업무를 담당한 직원은 달라지지 않았다. 미호강이 속한 금강홍수통제소의 소장은 업무 이관 이전 낙동강홍수통제소장으로 있다가 올 초 지역을 옮겼다. 영산강홍수통제소장 역시 2019년부터 재임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당시 국토부 치수 담당자 300여 명이 환경부 소속으로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부처 간판만 바꿔 달았을 뿐 이수(利水)·치수(治水) 업무의 인적 구성은 동일한 셈이다.

부처 간 업무 이관은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현재 국회에선 야당의 호응 없인 어렵다. 하천 관리를 환경부가 아니라 다시 국토부가 맡는다고 하더라도 그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재난 대응 업무가 여야 간 네 탓과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는 동안에도 기후위기의 시계는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례 없는 이상 기후 재해에 필요한 건 달라진 환경을 반영한 재난대응체계 개편과 인프라 점검”이라고 진단한다. 현실로 닥친 위기에 대비한 재난대응체계를 다듬는 대신 수해의 본질을 흐리는 조직 개편으로 시간을 흘려보낼 때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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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윤·정책사회부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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