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부 직원이 뇌물을 받고 내부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직원이 주도해 LH가 매입한 3303억 원 상당의 미분양 주택 약 1800채 중에는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일당 소유의 주택 165채(354억 상당)도 포함돼 있었다.
인천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손상욱)는 뇌물 수수와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LH 인천본부 매입임대주택 담당 부장을 지낸 A 씨(45)를 구속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은 A 씨에게 뇌물을 건넨 브로커 B 씨(32)도 변호사법 위반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매입임대주택은 정부가 빌라나 오피스텔을 사들인 뒤 무주택 서민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사업이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11월~2021년 5월 LH 내부 자료를 제공하는 대가로 B 씨로부터 35차례에 걸쳐 총 8673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LH 인천본부의 임대주택 현황과 감정평가 결과 등이 담겨 ‘보안 1등급 정보’로 분류되는 감정평가 총괄자료 등을 16차례 B 씨에게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B 씨 일당은 미분양 주택을 신속하게 처분하려는 건축주들에게 A 씨를 소개해주는 대가로 29차례에 걸쳐 99억4000만 원 상당의 청탁·알선료를 수수하거나 약속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주들로부터 주택 매입 1건당 400만~800만 원의 수수료를 받은 것이다.
A 씨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에서 현장실사, 서류심사, 심의 등을 총괄하며 LH 인천본부로 하여금 B 씨 일당이 알선한 주택 1800여 채를 매입하게 했다. 이 중에는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일당 소유의 미분양 주택 165채도 포함됐다. A 씨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후 직위해제됐으며 이후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파면됐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