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가 정치총회에서 정책총회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꽤 오래전부터 나왔다. 하지만 정책총회로 가는 길목에서 매번 머뭇거렸다. 정책총회를 희망하는 이들이 대가를 지불하고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했지만, 그런 인물과 집단이 부족했다. 정명호 목사는 “새로운 가치를 지향할 때마다 우려하고 사전에 가로막곤 하지만, 그 가치가 분명하다면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다음 문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책총회 구현과 장봉생 목사 지지를 선언하며 지난달 12일 발족한 서울노회 미래로함께위원회(위원장:김봉수 목사)가 정책총회를 향한 첫 번째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서울노회 미래로함께위원회의 제1차 정책세미나 ‘하나님이 기대하시는 총회, 우리가 기도하는 총회’가 6월 27일 서현교회(이상화 목사)에서 열렸다.
세미나의 주 발제자로는 경기노회장이자 총회미래정책전략개발위원회 서기 정명호 목사(혜성교회)가 등단했다. 아울러 총회대사회대응위원장 정중헌 목사(영도교회), 전국주일학교연합회장 이해중 장로(대남교회), 미래로함께위원회 대외협력팀장 한수환 목사(서영교회)가 논찬자로 참여해, 총회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정치총회를 넘어 정책총회로 나아갈 방안을 모색했다.
정명호 목사는 지난 10년간 교단지 <기독신문>에 게재된 기사와 기고를 바탕으로 정책총회 실현을 위한 열망-노력-현실-과제-방안-의지를 순차적으로 발표했다. 정 목사는 먼저 “우리 총회는 정치총회 또는 선거총회라고 말해도 무리가 아니”라고 진단하면서도, 지난 10년간 총회정책연구소를 필두로 총회정책연구위원회, 현재의 총회미래정책전략위원회까지 정책총회로 인도하려는 사람들과 움직임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매년 총회장이 교체될 때마다 정책을 논의하는 사람들도 바뀌어 지속성이 없고, 총회와 구조를 건드리는 순간 정책 관련 위원회가 폐지 수순을 밟는 총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 목사는 예장고신의 통일연구원을 예로 들며 “정치가 개입하지 않는 독립성을 지닌 정책 전문 연구기관이 설립되어야 한다”며, 그래야만 진영 계파 계보를 넘어선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정명호 목사는 “서울노회가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갖고 나아갈 때 누군가는 사다리 위에 올려놓고 흔들 것”이라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곤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비전을 위해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각오가 있다면 끝까지 버틸 것이고, 아니면 중간에 포기할 것이다. 서울노회는 끝까지 완주하길 기대한다”고 조언했다.
이어진 논찬에서 이해중 장로는 다음세대를 위한 정책연구소 설립을 제안했고 한수환 목사는 정책총회로 이끌 인물이 중요하다고 주장한 가운데, 정중헌 목사가 제법 신선한 대안을 내놓았다.
“우리 총회는 구조적으로 정책총회가 결코 될 수 없다”라고 일갈하며 말문을 연 정중현 목사는 그 이유로 1600명이 넘는 많은 총대 수, 총회결의를 이행하지 않는 지도자, 논쟁이 싸움으로 결론 나는 총회 분위기를 들었다.
다만 정 목사는 정책총회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총회를 정책총회와 정치총회로 분리해 개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목사는 “정책총회는 한 노회에서 한 명이 참석해 주요 정책을 토론해 방향을 정하고, 정책총회에서 결정한 것을 정치총회에서 절대 바꿀 수 없게 하고, 시행해야 한다”며, 이러한 방법이 아니면 우리 총회에서 정책총회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 대한 전체논평 및 인사를 한 장봉생 목사는 “총회는 하나님의 공교회다. 총회가 잘못된 점도 있지만 그것도 하나님이 끌고 온 은혜의 역사다. 총회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하나님 나라를 닮는 총회를 위해 정책총회라는 용어를 만들었고, 2~3년 안에 정책총회 시스템을 갖추길 바란다. 주님께서 이끌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총회를 시도했던 그간의 노력과 총회의 현실, 그리고 과제와 방안에 총회를 둘로 분리하자는 대안까지 나온 이번 세미나는 정책총회를 향한 첫 장으로 손색이 없었다.
다만 ‘하나님이 기대하시는 총회, 우리가 기도하는 총회’라는 묵직한 주제에 비해 일부 발언에서 ‘결론은 장봉생’이라는 가벼운 접근이 나와 다소 아쉬웠다. 서울노회가 제109회 총회 부총회장으로 장봉생 목사를 지지하고 이를 위해 미래로함께위원회를 조직해 정책총회를 슬로건으로 내건 것은 교단 내에선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것보단 정책총회를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하고 치밀하고 기발한 방안을 제언하는 게 서울노회와 장봉생 목사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그래야 정치적인 세미나를 넘어 정책적인 세미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