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처리를 두고 정면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이달 30일 본회의에서 특별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로 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재난을 정쟁화한다”고 반발했다.
행안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야4당 의원 전원(183명)이 참여해 발의한 특별법을 상정해 법안심사제2소위로 회부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전날 의원총회에서 특별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로 당론을 정한 것에 대해 날을 세우며 철회를 요구했다. 특별법상 여당과 야당, 유가족이 각 3명씩 추천한 9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조사위원 17명을 추천하도록 돼 있는만큼 야당 편향적 인사들로 조사위가 꾸려질 수 있다는 게 여당 주장이다. 행안위 여당 간사 이만희 의원은 “과연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조사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겠나”라며 “민주당이 이런 법안에 대해 패스트트랙 지정까지 하겠다면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이면에는 결국 다수 의석을 앞세워 국회의 입법권을 남용하면서까지 재난을 정쟁화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유가족들이 20일부터 특별법의 패스트트랙 지정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을 강조하며 맞섰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희생자와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 주는 입법에 동참하라”며 “유가족들이 곡기를 끊어가면서 원통해하는데 그분들의 한을 풀어야 하지 않겠나”고 했다.
여야는 특별법을 논의하게 될 법안심사2소위 위원장 자리를 두고도 격돌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패스트트랙 지정 방침을 철회하고 여야 합의 처리를 공언하지 않으면 2소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내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반면 민주당 소속인 김교흥 행안위원장은 과거 합의대로 현재 이만희 의원이 맡고 있는 2소위원장을 야당 의원이 교체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앞서 행안위원장직과 마찬가지로 소위원장도 여야가 1년씩 번갈아가며 맡기로 구두합의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30일 본회의에서 특별법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패스트트랙은 재적의원 중 5분의 3(180명) 이상이 찬성시 지정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더라도 본회의 통과까지 최장 330일(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이후 60일 이내 본회의 상정)이 소요되는 만큼 이달 말에는 지정해야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인 내년 5월 이내에 처리가 가능하다”라는 계산이다.
조권형기자 buzz@donga.com
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