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중남부를 광활하게 떠돌았던 반달가슴곰 ‘오삼이’가 폐사했다.
14일 국립공원공단은 전날 경북 상주시에서 반달가슴곰(관리번호 KM-53)이 폐사했다고 밝혔다.
오삼이는 관리번호 53에서 딴 별명으로, 국내에서 태어난 53번째 수컷 반달가슴곰이다.
오삼이는 2015년 1월 태어나 같은 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됐다. 그러나 2017년 6월 지리산이 아닌 수도산에서 발견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8년 5월에는 대전-통영고속도로 생초나들목 인근에서 버스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지만 수술받고 회복돼 더욱 ‘유명곰’이 됐다.
오삼이의 주 활동 지역은 덕유산-가야산-수도산-민주지산 권역이었다. ‘반달가슴곰계 콜롬버스’라고 불릴 만큼 여러 지역을 탐험하며 살았다.
여기저기서 사고도 많이쳐 당국의 ‘관심곰’이었다. 작년과 재작년 반달가슴곰이 일으킨 재산피해 76건 가운데 68%인 52건을 오삼이가 일으켰다. 지난달에는 충북 옥천군의 농가에서 벌통 6개를 부순 뒤 꿀을 먹고 달아나기도 했다.
오삼이는 지난 13일 경북 상주시 인근에서 목격됐으며 민가로부터 100m 이내까지 접근하기도 했다.
오삼이가 민가 가까이에 오면서 피해가 우려됐고, 오삼이 활동을 추적할 발신기 배터리 교체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공단은 포획을 시도했는데, 마취총을 쐈으나 도망쳤다.
이후 오삼이는 계곡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발견 직후 응급처치를 했으나 결국 폐사했다.
공단은 오삼이가 마취되는 중에 이동하다가 힘이 빠지면서 계곡 쪽으로 쓰러져 익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부검으로 정확한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