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자녀 채용만 감사원 감사 받겠다”|동아일보


감사원 “범위는 우리가 결정”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9일 전·현직 직원들의 자녀 경력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해서만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받기로 했다. 당초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던 선관위가 ‘아빠 찬스’ 의혹에 한해 감사원 감사를 받겠다고 선회한 것.

그러나 감사원은 “감사 범위는 감사원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선관위와 감사원의 충돌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나온다. 또 선관위는 여권에서 제기된 노태악 선관위원장을 포함한 선관위원 전원 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노 위원장 등 선관위원 9명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위원회의를 열고 4시간여의 격론 끝에 ‘아빠 찬스’ 의혹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를 받기로 했다. 선관위는 “특혜 채용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적 의혹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선관위는 “감사원이 선관위의 고유 직무에 대하여 감사하는 것은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규정한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선관위를 향한 따가운 질책을 의식해 감사원 감사를 받겠지만, 향후 감사원 감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헌재에 판단을 의뢰하겠다는 의도다.

선관위 발표 뒤 감사원은 입장문을 내고 “신속하게 감사팀을 구성해 감사에 착수할 계획”이라며 “감사 범위는 감사원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여기에 국민권익위원회는 감사원 감사와 별도로 최근 7년간 선관위 전·현직 직원의 인사와 승진 비리를 전수조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이미 조사를 시작한 권익위와는 중복되지 않도록 협조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면초가 선관위 “1회성 감사 수용”… 감사원 “우리가 범위 결정”

선관위 “채용의혹 조속히 해소
헌재에 감사범위 권한심판 청구”
전원 사퇴론엔 “책임있는 자세아냐”
與 “반쪽짜리 감사” 규탄대회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가운데)이 9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에서 열린 선관위원회의를 마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회의에서 선관위 전·현직 직원들의 자녀 경력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 과천=뉴스1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가운데)이 9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에서 열린 선관위원회의를 마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회의에서 선관위 전·현직 직원들의 자녀 경력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 과천=뉴스1

‘아빠 찬스’ 의혹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거부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9일 자녀 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를 수용하기로 선회한 건 이번 문제에 대한 여론의 거센 압박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선관위는 자녀 특혜 채용 문제에 대해서만 감사원의 감사를 받겠다고 밝히며 헌법재판소에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 범위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닥친 위기만 모면하겠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왔고 감사원 역시 “감사 범위는 감사원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했다. 상황에 따라 선관위 조직 운영 전반에 걸친 감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감사 범위 두고 선관위-감사원 충돌 가능성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을 비롯한 9명의 선관위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위원회의를 열어 감사원 감사 수용 여부를 논의한 끝에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서만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 선관위는 “의혹을 조속히 해소하고 당면한 총선 준비에 매진하기 위하여 이 문제에 관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내년 4·10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관위 내부 문제를 빠르게 수습해 총선 관리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당초 헌법기관이라는 명분으로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던 선관위가 입장을 바꾼 건 들끓는 여론과 여권의 압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감사원은 세 차례에 걸쳐 선관위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국민의힘 역시 “감사원 감사가 끝난 뒤 선관위에 대한 국정조사를 할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 결정에 대해 감사원은 “신속하게 감사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선관위는 ‘아빠 찬스’ 의혹에 한정한 일회성 감사라는 뜻을 분명히 했지만 감사원은 감사 범위에 대해 “감사원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감사 과정에서 자녀 특혜 의혹에 더해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보안 시스템 부실 등 다른 문제점이 밝혀지면 감사 범위를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향후 감사 범위를 두고 선관위와 감사원이 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역시 이날 선관위 결정에 대해 “반쪽짜리 결정”이라며 감사원에 힘을 실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선관위 발표 뒤 열린 선관위 규탄 대회에서 “선관위가 감사원 전면 감사 수용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감사의 필요성과 국민적 공분에 대해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 ‘선관위원 전원 사퇴’ 거론됐지만 결론 못 내

또 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감찰 권한을 가리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도 추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선관위는 헌재를 통해 감사원이 상시적으로 선관위를 감사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지만, 헌재 결정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한 선관위원은 “총선을 앞두고 문제가 이어지니 이번 감사는 불가피하게 받지만 앞으로 직무감찰 대상인지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위원장을 포함한 선관위원들의 거취도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 위원장은 이날 여권의 전체 선관위원 자진 사퇴 압박에 대해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날 위원회의에서도 전원 사퇴 방안이 거론됐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관위원은 “선관위원들이 사퇴하면 총선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아무리 비난받더라도 전원 사퇴는 책임지는 자세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관위는 이날 중앙선관위 사무처의 2인자인 신임 사무차장에 허철훈 서울시 선관위 상임위원을 임명했다. 허 상임위원은 중앙선관위 감사관, 기획조정실장, 선거정책실장 등을 지냈다. 선관위는 “조직 쇄신에 대한 의지와 높은 도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사무차장 인선과 별도로 선관위는 사무처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은 외부에서 임명할 계획이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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