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대담] 퇴임하는 총신대학교 이재서 총장 < 특집 < 교단 < 기사본문



“총신은 나의 존재 이유, 총신회복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불과 4년 전, 총신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교단성을 지운 정관개정,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 이사회 해산, 임시이사 파송으로 이어진 사태 속에 선지동산은 시들어갔다. 하나님은 그런 총신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았다. 어둠에 익숙하고, 어둠 속에서 희망을 밝힐 수 있는 인물에게 총신을 맡겼다.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 대학 총장으로서 총신 회복을 위해 헌신한 이재서 총장이 4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을 맞이했다. 총신이 가장 어려운 순간에 부임한 이재서 총장은 정상화를 향한 고삐를 놓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아는 본지 주필 김관선 목사도 고맙고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며 이재서 총장과 마주했다. 김관선 주필은 이재서 총장의 4년 임기를 돌아보며 안정, 화합, 모금, 성과, 미련, 극복, 그리고 총신이라는 7개의 키워드를 떠올렸다. 김 주필은 키워드를 바탕으로 5월 10일 사당캠퍼스 총장실에서 이재서 총장과 퇴임 대담을 진행했다. <편집자 주>


 키워드1  안정 




▲총장님은 4년 전 난파 직전에 있던 총신의 방향키를 잡았습니다. 당시 총신이 올곧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학교의 안정이 중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총장님이 임시이사체제 조기 종식 및 총회와 관계 정상화 등을 도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취임했을 때 총신은 부도난 기업과 같았습니다. 이사회가 해산되고 수업이 진행되지 않고 교수실에 못이 박혔습니다. 따라서 학교를 본래 모습을 회복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사명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총신의 설립자인 총회와 관계 회복도 중요한 과제였죠. 이를 위해 임시이사체제에서 정관을 조기에 개정토록 하여 총회와 관계 정상화를 실현했습니다. 아울러 교육부 관계자와 긴밀히 소통하여 임시이사체제 종식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2년 반 만에 임시이사들이 물러나고 정이사들이 선임됐습니다. 마침내 총신에 안정이 찾아왔고, 정상화를 향한 속도를 낼 수 있었죠.


 키워드2  화합 

▲학내사태를 겪은 후, 총신 구성원 사이에 불신이 팽배했다는 얘기를 접했습니다. 아무래도 직전 총장을 비판했던 이들과 옹호했던 이들 간의 갈등이 컸겠죠. 따라서 총신 구성원의 화합이 주요 과제 중 하나였는데, 갈등 해소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죠.


=총신 구성원의 화합 없이 회복도 있을 수 없죠. 제가 먼저 공정, 투명, 소통을 주창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보직교수, 팀장급 이상 직원, 학생 대표가 참여하는 총신직분자기도회를 운영했고, 동문과 지역사회 구성원까지 참여한 구성원소통위원회도 설치했습니다. 학교를 위해 기도하고 주요 업무와 현안을 공유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죠. 또한 방만하게 존재하던 부처를 축소하고 보직을 줄여 학교를 효율적으로 운영했습니다. 이를 통해 1억3600만원의 재정 지출을 감소한 효과를 거뒀습니다.


 키워드3  모금 




▲총장님 취임 당시 총신은 재정위기 상태였고, 전국 교회의 후원도 끊겼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총장님은 재정 확보에 박차를 가하셨습니다. 지난 4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모금 활동을 전개했는데, 구체적인 결과가 궁금합니다.


=거의 매주 전국의 교회를 다녔어요. 학교에서 100여 교회를 방문했다고 집계했는데, 그 이상을 방문한 것 같습니다. 또 다니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후원을 요청했습니다. 재정이 간절히 필요했기에 총신이 어렵다는 사실을 널리 알렸습니다. 제 임기 4년 동안 백만기도운동기금에 천사모금운동, 법인발전기금 등 기부금 총액이 161억원에 달합니다.


 키워드4  성과 

▲총장은 대학의 수장으로서 결국 교육 성과를 내야 하는 자리입니다. 대학의 교육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총신이 꽤 좋은 결과를 받았습니다. 아울러 비전 2025 수립과 중장기 발전계획을 마련하는 등 교육혁신도 도모하셨죠. 소개 부탁드립니다.


=총신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 노력하여 5주기 교원양성기관역량진단에서 우수등급을 획득했고, 대학기관평가인증에서도 조건부 인증을 받아 2025년부터 매년 15억원의 재정지원을 받을 예정입니다. 총신대학교 비전 2025와 중장기발전계획에 맞추어 대학. 신대원, 통대원의 교육혁신사업을 힘껏 추진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총신을 기대해주십시오,


 키워드5  미련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진 않죠. 총장님께서도 지난 4년을 돌아보며 미련이 남는 일이 있을 겁니다. 학내사태 후유증이 발목을 잡긴 했지만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탈락한 것과 총신신대원 목회학석사 과정에서 정원미달이 발생한 게 그런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총신을 섬기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비록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 기간 중 1년 반 동안 학내사태가 발생했다고 해도 평가에서 실패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실패에 머문 게 아니라 우리의 현주소를 파악했고, 이를 토대로 발전계획을 마련해 학교가 더욱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총신신대원 미달 문제는 우리 학교만이 아니라 전 사회적인 현상입니다. 총회와 협력해 학·석사연계과정을 추진하고, 노회 및 교회를 연결해 학생 멘토링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극복이 가능한 사안입니다. 이보다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모금 활동에 지장을 받아 총신의 곳간을 더욱 많이 채우지 못한 게 미련이 남습니다. 아울러 우리 학교는 무엇보다 기숙사 신설이 필요했는데, 첫 삽조차 뜨지 못해 안타까워요. 이사회에서 능동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길 기대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아쉬웠습니다.




 키워드6  극복 

▲총장님은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총장입니다. 난관을 극복하고 교수가 되고 총장으로 선출된 데 이어, 성공적으로 총장직을 수행했습니다. 이것은 이재서라는 인간의 승리이자, 모든 장애인들의 기쁨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지금껏 총장님을 지탱한 동력은 무엇입니까.


=총장으로 선출된 직후,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정말 잘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먼저는 중증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었어요. 대학 총장이라는 리더는 정확한 판단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제 곁에 있는 아내와 보직교수, 비서 등 우리 구성원들을 안경처럼 착용했어요. 그들이 준 정보를 통해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했습니다. 장애 때문에 힘든 건 없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세계밀알연합의 설립자로서 잘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를 총신으로 인도하시고 총장으로 세우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섬겼습니다. 저를 끌어가는 힘 또한 하나님을 향한 믿음입니다. 하나님을 의지하며 4년간 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을 경험했습니다.


  키워드7  총신 

▲총신대학교 77학번이시죠. 학생으로 교수로 총장으로 47년간 총신과 동고동락했기에, 마지막 키워드는 총신일 수밖에 없겠죠. 총장님에게 총신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아울러 총장님이 소망하는 총신의 미래를 얘기해주십시오.


=총신은 제 모든 것입니다. 총신에서 신앙과 인격이 성숙해졌고, 총신에서 일하며 밀알을 만들었고 가족을 건사했습니다. 총신이 없다면 지금의 제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총신의 미래는 찬란할 것입니다. 총신을 만드신 하나님께서 지켜주실 것입니다. 총신은 예수님이 오실 그 날까지 하나님 나라 확장에 앞장서는 기관으로 영원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정리=송상원 기자  knox@kidok.com

사진=권남덕 기사 photo@kidok.com

Read Previous

‘등록금 동결’ 사립대, 1인당 교육비 국립대보다 495만원 적어|동아일보

Read Next

바이든-공화 부채한도 협상 재개…미 인권단체 '정책 항의' 플로리다 여행 경보 

Don`t copy 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