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의혹’으로 번지는 김남국 코인 투자 논란|동아일보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양파껍질 의혹… 위믹스 매입 시점, 매입량은 아직도 미궁

‘코인 투자 논란’ 중심에 선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가운데)이 5월 9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나오고 있다. [동아DB]‘코인 투자 논란’ 중심에 선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가운데)이 5월 9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나오고 있다. [동아DB]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기업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김남국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에 참여했던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본인이 과세를 피할 수 있다는 것 외에 이 법안이 상당히 사업자 친화적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하필 김 의원이 이런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게 미심쩍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논란’에 대해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가 5월 9일 한 말이다. 김 의원은 한때 가상자산을 60억~100억 원 가까이 보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보유 경위 및 자금 출처에 대한 해명 요구에 김 의원이 잇달아 석연찮은 답변을 내놓으면서 해당 가상자산이 ‘검은돈’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법조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김 의원의 로비 연루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정황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당초 김 의원을 향한 비판 여론은 대체로 가난을 연기했다는 ‘서민 코스프레’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오락가락 해명이 이어지면서 “가상자산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서민 코스프레’ 넘어 불법 자금 의혹 비화

김 의원을 둘러싼 논란의 시작은 5월 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언론 보도를 통해 김 의원이 지난해 2월 60억 원 상당의 ‘위믹스 코인’을 보유했다가 같은 해 2월 말~3월 초쯤 이를 전량 인출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위믹스는 국내 게임회사 위메이드가 만든 가상자산의 일종이다. 게임에서 얻은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암호화폐 혹은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으로 변환해 거래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업계에서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 코인’, ‘NFT 테마 코인’으로 분류된다. 국회 정기재산변동신고 공개목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김 의원의 재산 총액은 12억6794만 원이다. 전체 재산의 5배 가까운 금액을 재산공개 의무가 없는 가상자산 형태로 갖고 있었던 셈이다.

이후 “억 단위 가상자산 투자금을 어디서 마련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김 의원은 5월 8일 입장문을 내고 “2021년 LG디스플레이 주식을 매각한 대금 9억8574만 원을 초기 투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일차적으로 해명했다. 하지만 그 뒤로도 LG디스플레이 주식투자금 형성 과정에 대한 의심이 계속되자 5월 9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전세가 만기돼 보증금 6억 원으로 LG디스플레이를 샀다”고 재차 해명했다. 맨 처음 6억 원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2021년 1월 13일 약 4억 원 시세차익을 보고 처분했고, 한 달 뒤인 2월 그 돈을 다시 가상자산에 투자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김 의원의 해명이 사실상 거짓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2021년 2월 주식 매각 대금을 위믹스 등 여러 가상자산에 투자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 증거로 당시 약 10억 원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연계 본인 계좌인 케이뱅크로 입금한 내역을 공개했다. 하지만 같은 시점에 위믹스를 샀다는 직접적인 증거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위믹스는 지난해 1월에야 업비트에 상장됐다. 2021년 업비트에서 위믹스를 매수하는 건 불가능했다는 뜻이다. 또 10억 원을 가상자산에 재투자했다는 설명과 달리 지난해 김 의원 재산공개 내역에는 ‘보유주식 매도금액 및 급여’라는 설명과 함께 NH농협은행 예금이 10억 원 늘어났다고 고시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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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펀드’도 사리사욕이었나…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김 의원은 기존 입장을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은 5월 8일 NH농협은행 예금액 증가와 관련해 몇몇 언론에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동안에도 일부 수익금을 은행 입출금 계좌에 현금으로 예치하거나 재투자했기 때문에 ‘왜 입출금 계좌에도 돈이 있느냐’는 지적은 맞지 않다”며 “돈이 한곳에 멈춰 있는 게 아니라서 그렇다”고 해명했다.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2월 이체한 암호화폐는 다른 실명 계좌로 이동시킨 것뿐”이라고 밝혔듯 투자금을 현금화한 게 아니라 착시에 불과하다고 설명한 것이다. 그러다 예금액 증가 논란이 커지자 하루 만인 5월 9일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해 투자 원금(10억 원)은 계좌에 따로 빼놨다”고 말을 바꿨다.

의혹은 양파껍질처럼 계속 추가되고 있다. 김 의원 소유로 추정되는 가상자산 계좌에서 지난해 2월 60억 원(80만 개)이 아니라 85억~100억 원(130만 개) 규모의 가상자산이 거래됐다는 전문가의 역추적 결과가 나온 게 대표적이다.

김 의원이 가상자산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만한 정치 행위를 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발견됐다. 20대 대선 한 달 전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선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NFT 기술을 활용한 ‘이재명 펀드’를 기획·출시한 게 그중 하나다. 위믹스 등으로 후원금을 낼 수 있도록 해 NFT 테마 코인 가격을 상승시켰다는 의혹이다. 김 의원이 2021년 “게임 머니는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가상화폐를 말한다”는 조항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행적도 드러났다. 게임에 연동된 P2E 코인 가치를 높인다는 점에서 이 또한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 의원은 위믹스 매입 시점과 매입량(액수)을 포함해, 추가로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 아직 해명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김 의원의 로비 연루 개연성을 높이는 정황들이 나온다. 한국게임학회는 5월 10일 성명을 내고 “몇 년 전부터 P2E 업체와 협회, 단체가 국회에 로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소문이 무성했다”며 “P2E 게임에 대한 허용 요구가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를 중심으로 계속 분출된 것은 이익공동체가 형성된 결과가 아닌지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검찰도 불법 정치자금을 의심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말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이상거래 통보를 받아 김 의원을 수사 중이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FIU가 범죄와 전혀 무관한 내용을 수사기관에 통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지난해 10월 말과 11월 초 두 차례에 걸쳐 법원에 김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과 위메이드는 모두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김 의원은 5월 9일 위믹스를 위메이드로부터 받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전혀 없다” “투명하게 실명 계좌를 통해 거래했다”고 짧게 답했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5월 10일 통화에서 “김 의원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설명할 것 자체가 없다”며 “여러 투자자 중 한 명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남국 의원이 한때 60억~100억 원가량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진 가상자산 ‘위믹스 코인’. [동아 DB]김남국 의원이 한때 60억~100억 원가량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진 가상자산 ‘위믹스 코인’. [동아 DB]

암호화폐 투자로 손해 본 아픈 기억 소환

전문가들은 김 의원 논란이 앞선 민주당 ‘돈 봉투 의혹’보다 훨씬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평가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월 11일 “일반인 관점에서 돈 봉투 의혹은 ‘자기들끼리 또 해먹었네’ 하고 혀를 끌끌 차는 정도”라면 “김 의원 논란은 과거 암호화폐 투자로 자신이 손해 본 아픈 기억을 소환시켜 분노를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중에는 전 정권의 과도한 가상자산 규제 정책 탓에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며 “피해의식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이 각종 이해충돌 행위까지 해가며 수십억을 벌었다고 하면 허탈감,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이 영향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5월 10일 부랴부랴 김 의원 관련 자체 진상조사팀을 꾸린 상태다.

논란 이후 거론되는 대책이 ‘지엽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예자선 변호사는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로비 의혹이 만약 사실로 드러난다면 단순히 정치인의 재산공개 범위를 가상자산까지 넓히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국회 안에서 정치인들끼리 가상자산 관련법을 논의하게 두지 말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처럼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가상자산 관련법과 정책을 공론화할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하는 게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89호에 실렸습니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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