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임원택 교수)가 4월 29일 내수동교회에서 ‘복음전도의 타당성에 대한 윤리적 성찰’을 주제로 제80차 정기논문 발표회를 가졌다. 주요 강의 내용을 요약한다. <편집자 주>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구동성으로 모든 교회들이 교세가 7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한다. 대안으로 전도가 절실하다고 말하는데 대개 전망은 부정적으로 본다.
논문 발표회에서 주제강의를 한 김선일 교수(웨신대)는 부정적 상황에 위축되지 말고 당당하게 그러나 겸손하게 전도에 나서자고 강조했다. 먼저 김 교수는 전도의 부정적 상황을 6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가 부정적이다. 둘째 전도 행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셋째 교회 스스로도 교회 성장과 전도 전망을 부정적으로 여긴다. 넷째 일반인들의 인식 속에 개종 활동은 강요이기 때문에 나쁘다는 선입견이 있다. 다섯째 설득은 다른 이들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이기에 좋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여섯째 표현적 개인주의의 부상, 즉 개인의 자율성과 표현양식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거나 침해받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도 있다.
김 교수는 부정적 분위기가 만연하지만 위축되지 말고 개종 활동의 타당성을 되새겨보자고 제안했다. 첫째 자유주의적 가치관 내에서 개종 활동은 타당하다. “개종 활동은 자유주의적 관용의 범위 내로 분류될 수 있으며, 진정한 자유주의는 종교의 언어가 시민의 자유로운 삶을 해롭게 하지 않는 한 공공의 장에서 사용되는 것이 허용되고 환영하는 것이다.” 둘째 개종 활동의 공적 성격 때문이다. 사람들은 종교는 사적인 가치의 영역으로 제한한다. 이렇게 여긴다면 기독교는 사실의 세계에 관여하면 안 되며, 공적인 책임성도 가지면 안 된다. 그러나 성경은 처음부터 인생을 우주적, 보편적 역사의 맥락에서 조망한다. 기독교의 메시지는 인간에게 진정으로 본질적이고 중요한 지식이다. 그렇다면 개종 활동이 공적 사회 규범에 어긋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셋째 개종은 인간의 번영을 위한 활동이다. 인간은 자기의 삶에 변화를 가져다주는 지식과 진리를 알고 싶어 하고 선한 영향력을 주는 종교적 공동체의 삶을 공유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미나 가치를 지닌 문제들에 대해서는 다른 이들도 우리와 같기를 원하는 마음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를 전하는데 오만하거나 위협적인 태도가 아니라 열린 대화와 친절한 소개를 통해 개종 활동을 한다면 이는 진리를 알고 경험하기 원하는 인간의 필요를 존중하고 돌봄을 실천하는 것일 수 있다. 넷째 개종 활동은 정체성 형성에 기여한다. 자신의 생각과 관점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동조를 얻으려는 것은 개인의 정체성, 연결, 소속감을 형성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이처럼 개종 혹은 전도 활동은 사회 윤리적 측면에서 봐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전도의 태도는 존엄성, 돌봄, 합리성, 진리성, 겸손함, 관용, 동기부여, 정체성, 문화적 민감성을 견지하면 된다. 제대로 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고, 전도만이 아니라 관계 그 자체에 진실성을 띠어야 한다. 우월주의나 오만함을 보여서는 안 되고, 내면에 상대에 대한 사랑과 돌봄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개인의 종교적 문화적 국가적 경험적 정체성을 존중하며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전도는 단순히 교리를 전달하여 사람들을 교회로 이끄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을 새로운 나라와 공동체의 이야기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도자의 태도를 통해서도 하나님 나라의 모습이 드러나야 한다.
김선일 교수는 “복음의 내용은 복음을 전하는 윤리적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면서 “은혜의 복음과 그리스도의 강권적 사랑에 대한 응답은 복음 전도의 윤리라는 구조물에 담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주제강의는 최성은 목사(지구촌교회)와 최새롬 목사(학원복음화 인큐베이팅 대표)도 담당했다. 최성은 목사는 지구촌교회 사례를 중심으로 11가지 전도전략을 소개했다. 최새롬 목사는 학원복음화인큐베이팅 사역을 소개하며 전도가 어렵다고 하지만 전국 중고교 안에서 많은 신앙모임들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지역교회가 학원 복음화에 눈을 돌리고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학사 에스라’
박희천 목사 개회예배 설교
올해 96세인 박희천 목사(내수동교회 원로). 그는 개회예배 설교자로 단상에 올랐다. 부교역자들의 부축을 받아 의자에 앉은 채로 말씀을 전했지만 음성에서 확신과 힘이 있었다.
박 목사는 ‘학사 에스라’라는 제목으로 “에스라는 하나님과 왕 앞에서 율법에 익숙한 자로 인정받았다”면서 “다른 것에 마음을 뺏기지 말고 하나님의 진리를 능숙히 가르치기까지 학문에 매진하라”고 권면했다. 박 목사는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좋은 승용차를 타거나 후한 대접을 받는 것을 부러워하지 말라. 내가 오래되고 적은 차를 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목사/교수가) 하나님 말씀에 통달하지 못한 것, 진리를 옳게 분별하여 감동적으로 전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고 강조했다.
신학자들이 참여하는 학술대회 개회예배에서 “아멘”이란 화답은 후하게 나오는 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날 박 목사의 설교를 듣는 동안 교수들은 존경어린 표정으로 연이어 반응했다.
박 목사는 말씀 전파자의 모델로 살았던 이들과 그 역할을 소개한 성경 구절들을 연이어 찾았다.(대하 26:5, 행 18:24, 딤후 2;15, 골 3:16, 고전 4:1, 딤전 2:7, 느 8:3)
박 목사는 느헤미야 8장을 마지막 인용 구절로 소개했다. 박 목사는 “스가랴는 이스라엘 자손들을 상대로 새벽(대략 오전 6시)부터 정오까지 약 6시간 말씀을 전했지만 뭇 백성들은 지루해하지 않고 귀를 기울였다”면서 교수들에게 학문에 매진할 것을 다시 한번 당부했다.
‘복음전도, 현실과 전망’
최성은 목사(지구촌교회) 강의
지구촌교회 최성은 목사는 교회의 전도 활동 사례를 직접 소개했고, 평소 가지고 있던 전도의 전략을 11가지로 정리해 나눴다. 그의 제안을 하나하나 떼어놓고 볼 때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함께 생각해 볼 때 현실적이고 효과적이어서 공감을 받았다. 전도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복음에 대한 모든 것을 성경적 의미에서 포괄적으로 연구하라. 둘째 전해야 할 텍스트는 타협을 말되 상황을 공감하고 기도로 준비하라. 셋째 복음적 강단을 회복하라. 넷째 전도 축제를 정규적으로 실시하라. 다섯째 교회에 맞는 독자적 전도 프로그램을 개발하라. 여섯째 목회자가 전도의 본을 보이라. 일곱째 사람들은 내가 경험한 복음을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여덟째 공동체와 소그룹을 통하여 함께 전도하고 함께 기도하라. 아홉째 가상공간을 복음을 흘려보내는 순기능의 통로로 적극 활용하라. 열째 복음 전도와 더불어 사회참여에 앞장서라. 열한 번째 건강한 복음 전도자를 양육하라.
전체적으로 교회의 사명을 복음 전도에 분명히 두고, 교회의 장점과 상황을 살린 전도방법을 수립하고, 담임목사부터 시작해서 온 교인이, 오프라인에서의 예배나 초청잔치부터 온라인까지, 전도 일꾼이 되는 것부터 사회봉사까지 실천하라는 도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