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정부·대통령실(당정대) 내 청년들이 중소기업 청년들과 가진 간담회에 기업 사장의 아들이 참석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이 손을 잡고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고 비판했고, 여당은 “철저한 사전 확인을 하겠다”고 해명했다.
앞서 청년 당정대는 전날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소재의 한 커피 전문점에서 근처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청년들과 간담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삼덕상공㈜ 생산관리팀장으로 참석한 김모씨는 “저희 같은 경우 69시간 늘어나면 그렇게 부정적이진 않다. 오히려 69시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면서도 “일한 만큼 돈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저희 친구 얘기 들어보면 주 70시간 일하는데도 돈 못 받고, 연차 문제도 중소기업은 못 쓰면 넘어가는 경우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다만 김씨가 이날 언론 보도를 통해 해당 업체 대표의 아들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여당이 청년 노동의 현실을 듣겠다고 마련한 자리가 결국 사주 입장을 대변하게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소기업 사장 아들을 청년노동자 대표로 위장시켜 참석시킨 것”이라며 “사장 아들은 마치 자신이 청년노동자인 것처럼 ‘현장은 주 69시간 나쁘게 안 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중소기업 현장 청년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아니라 가짜 청년노동자를 앞세워 정부의 69시간 노동제에 대한 청년노동자들의 생각을 호도한 것”이라며 “사장 아들이 청년노동자 대표가 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청년노동자 팔이가 흥행 부진에 빠지자 이제는 가짜 청년노동자 팔이도 서슴지 않는 윤석열 정권의 행태에 분노한다”며 “가짜 청년노동자를 앞세워 청년들의 목소리를 왜곡하지 말고, 진짜 청년노동자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시라”고 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몰염치도 이런 몰염치가 없다”며 “사주가 될 수 있는 사장 아들을 청년노동자라고 불러 자기 회사에서는 주69시간 노동제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는 정부 여당, 코미디면 웃기기라도 하지 화가 난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하자 ‘청년 당정대’를 주도한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확인 결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중기중앙회의 협조를 받아 참석자를 섭외했고, 그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장 최고위원은 “다만 해당 참석자 외 다른 2인은 각 기업 대표와 특수관계가 아닌 중소기업 청년 근로자이며, 언론에서 지적한 1인도 실제 생산 라인에서 근무 중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또 “간담회에서 ‘현재 52시간 제도도 잘 지켜지지 않는데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제대로 보상을 받거나 쉬기 어려울 것 같다’, ‘취지는 좋을지 몰라도 현장에서 일한 만큼 휴가를 쓸 수 있다는 신뢰가 없다’ 등 정부 정책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어렵게 점심시간을 내준 중소기업 청년 근로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를 바라며, 저희는 더욱 철저한 사전 확인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