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개공) 기획본부장이 “정 전 실장은 이재명과 자신을 항상 동일시했다”고 증언했다. 정 전 실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실장 등 2명의 4차 공판기일을 열고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과 이 대표는 한 몸이었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진술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의) 평소 말투, 충성도 등을 보면 만남을 거듭할 수록 (이 대표와)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며 “실제로 정진상과 이야기한 모든 것이 다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그는 “(정진상이) 이재명의 최후의 보루”라며 “모든 것이 정진상을 거쳐 이재명에게 올라가는 구조였고, 제가 이재명에게 직접 보고할 때도 ‘진상이랑 협의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했다.
“정 전 실장이 2021년 8월께 대장동 비리 의혹이 제기되며 자신의 이름이 함께 거론되자 ‘감히 내 이름을 거론하네’라고 말한 적이 있냐”는 검찰 질문에는 “이재명과 본인을 항상 동일시했다”며 “‘나를 거론하는 건 이재명을 거론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 전 실장이 자신에게도 이 대표와 가까운 관계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고, 자신이 짧은 시간 안에 성남도개공을 거쳐 경기관광공사 사장까지 임명될 수 있었던 것도 “소위 정진상 라인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증인신문에 앞서 정 전 실장 측은 “유동규의 진술내용이 번복된 전후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료를 확보할 것”이라며 유 전 본부장이 수감돼 있었던 서울구치소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건의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석방된 후 이 대표를 향한 폭로성 진술을 이어가고 있다.
재판부는 향후 적절한 자료 요청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기로 했다.
정 전 실장은 대장동 사업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천화동인 1호 지분의 절반인 24.5%를 나눠 가지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는다. 액수로 치면 700억원, 각종 비용 공제시 428억원에 달한다.
또 검찰은 정 전 실장이 2013년 2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맡으면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편의 제공 대가로 7회에 걸쳐 2억4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