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밤 10시 30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인천~호주 시드니 노선에서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의 A330-300 비즈니스석에 탑승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초 대형항공기 A330-300을 도입했다. LCC가 유럽과 호주 등을 갈 수 있는 장거리 항공기를 직접 들여온 건 처음이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12석의 비즈니스 좌석을 장착했다. LCC가 장거리 기재에 비즈니스석을 운영하는 것도 티웨이항공이 처음이다. 대형항공사보다 싼 가격에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저렴한 프리미엄’이란 역설로 새로운 도약에 나선 것이다.
티웨이항공 비즈니스석의 공식 명칭은 ‘비즈니스 세이버 클래스’다. 탑승하니 좌석에 담요, 안대, 칫솔과 치약, 귀마개, 슬리퍼 등의 어매니티가 놓여 있었다. 파우치는 없었다. 가죽 시트로 된 좌석은 깔끔한 이미지를 줬고, 고급 차량 뒷좌석에 앉은 느낌이었다.
좌석 너비는 51cm, 좌석 간 간격은 160cm 정도다. 대형항공사의 비즈니스석과 비슷한 스펙이다. 헤드 레스트(머리받이) 부분 양쪽을 접을 수 있어 머리를 옆으로 젖히고 잠을 청할 수도 있었다. 좌석은 165도까지 펼쳐진다. 180도까지 누울 수 있는 좌석은 아니었지만 아래로 미끄러지지 않아 안정감이 있었다. 혹시나 몸이 내려가는 고객들을 위해 발 받침도 장착했다. 머리를 심장보다 약간 높게 해 놓고 잠을 청하면 더 건강에 좋다는 연구도 있다고 한다.
특히 좌석 아래 콘센트가 장착돼 있어서 각종 전자 기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USB 케이블만 가지고 와서 사용을 못 하나 싶었는데, 승무원에게 요청하면 충전기를 대여해준다. 티웨이항공은 최근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와 협업을 맺고 기내잡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특이한 건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의 뒤편에 티웨이항공의 소식을 담은 콘텐츠를 넣었다. 지식과 상식, 여행사 정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일거양득의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티웨이항공은 A330을 도입하면서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먼저 기내 디스플레이를 없앴다. 항공기 무게가 줄어들면서 연료 효율성이 증대되는 장점이 있다. 물론, 디스플레이를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하지만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콘텐츠보다는, 개인 전자기기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내려받은 콘텐츠로 여정을 즐기려는 승객이 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과감하게 디스플레이를 없애 기재 운영비를 줄이고 항공권 운임을 낮추는 전략을 썼다. 티웨이항공은 개인 전자기기에 OTT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도록 OTT 업체 왓챠와 제휴를 맺고 탑승객들에게 무료 이용권도 나눠주고 있다. 필자도 사전에 OTT를 통해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를 휴대 전화에 내려받아 놓고 여행을 즐겼다.
호주 노선의 경우 비즈니스 좌석은 기내식이 2번 제공된다. 이코노미석은 기내식이 1번 제공되면 필요한 경우 유료로 사전 주문을 해야 한다. 항공권 결제를 할 때 기내식 주문 여부 등을 체크하면 된다.
기내식의 ‘국룰(국민 규칙)’ 이라 불리는 비빔밥을 선택했다. 나물과 계란, 고기 등이 들어 있었다. 양념장과 참기름은 따로 제공됐다. 특히 비즈니스석은 컵라면 서비스가 제공됐다. N사의 ‘S라면 블랙’ 이 제공됐다. 식사와 함께 라면을 먹어도 되고, 밥을 먹은 뒤 나중에 라면을 먹어도 된다. 김치는 모든 기내식에서 일반 김치가 아닌 1인용 볶음김치가 제공됐다. 볶음김치와 함께 먹는 비빔밥과 라면, 덮밥은 색다른 묘미를 줬다. 두 번째 식사는 불고기덮밥을 예매할 때 미리 주문했다. 도시락 형태로 나오는데 불고기의 양이 푸짐했다.
티웨이항공의 기내식 서비스는 대형항공사처럼 한상차림으로 나오진 않는다. 주류 서비스도 없다. 주류는 필요한 경우 맥주와 와인, 잭콕 등을 주문해서 즐길 수 있다. 각종 서비스를 없애는 대신 운임을 낮추는 전략을 쓴 것이다. 기내 서비스가 많을수록 운임을 올라간다. 그런데 한 예로, 나는 술을 못하는데 이미 주류 서비스가 운임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지도 않는데, 필요 이상으로 운임을 지불한 셈이다. 서비스가 많은 것보다 합리적인 운임을 우선시하는 고객층을 노린 것이다.
이날 이용한 시드니행 항공편의 비즈니스 세이버 클래스의 편도 운임은 유류세와 공항 이용료, 보험 등을 모두 포함해 약 94만 원이었다. 대형항공사의 약 절반 가격으로 비즈니스석 여정을 즐길 수 있었다.
황성규 티웨이항공 시드니 지점장은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즐기려는 신규 고객들에겐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며 “취항한 지 3달이 지났는데, 합리적인 가격에 프리미엄 서비스를 즐길 수 있어 유학생들이나 교민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며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즐기려는 신규 고객들에겐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LCC도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장거리 시장에서도 충분히 연착륙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시드니=변종국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