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추진위) 주민들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벌이던 시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전보성)는 9일 현대건설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추진위를 상대로 낸 시위금지 및 현수막 설치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추진위는 정 회장 자택 반경 100m 이내에서 마이크와 확성기 등을 사용해 연설 구호 음원재생 등의 방법으로 정 회장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 등을 못하게 됐다. 자택 반경 250m 이내에 정 회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등이 담긴 현수막과 유인물의 부착·게시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재판부는 “개인이나 단체의 표현 행위가 아무 제한 없이 허용되는 건 아니다”라며 “휴식권, 사생활의 자유 또는 평온이 고도로 보장될 필요가 있는 개인 주거지 부근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는 건 정당한 권리 행사의 범위를 넘어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추진위가 정 회장 자택 인근에 설치한 현수막에 대해선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 표현을 사용해 비방하는 것으로 정 회장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기 충분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추진위 관계자들은 지난달 12일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정 회장 자택 앞에서 GTX-C 노선 설계 변경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왔다. 경기 양주와 수원을 잇는 GTX-C 노선 일부 구간이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해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노선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현대건설 측은 “지하 60m 이상 대심도 공사이기 때문에 안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추진위 관계자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택 100m 밖에서 시위를 계속 진행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개인 주거지 주변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집회 및 시위 문화가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