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주말도 잊은 채 ‘당심(黨心)잡기’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전당대회 시계추가 빨라지고 경선에서 당원 반영 비율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주자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진 모양새다.
3일 여권에 따르면 당권도전에 나선 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 의원과 잠재적 당권주자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겸 외교부 기후환경대사는 이날 전국 각지에서 당원들을 만났다.
김기현·권성동·나경원 등 세 사람은 당세가 가장 강하고 당원이 많은 TK(대구·경북)에 나란히 찾아 당심잡기 경쟁을 벌였다.
이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영남권 방문에 나선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북 김천시, 고령·성주·칠곡군, 구미을, 영천시, 대구 동구갑을 방문했다고 알렸다. 김 의원은 내일(4일)은 부산을 방문할 예정이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권성동 의원 역시 경북 칠곡·김천·구미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렸다. ‘후보 연대설’ 속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나경원 부위원장 또한 이날 대구·경북(TK)지역 당원교육 행사에 참석했다.
안철수 의원과 윤상현 의원은 충북 청주시 청원·흥덕·상당구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를 찾았다. 안 의원은 4일에는 경기 부천병 당원 간담회에 참석한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제주도에서 제주도당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주요 당권주자들이 주말동안 줄지어 당심잡기 경쟁에 나선 것은 빨라지는 전대 일정을 비롯해 전대에서 ‘당심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분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차기 전당대회가 빠르면 내년 3월, 늦으면 6월에 열릴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최근에는 ‘2말3초’(내년 2월 말 또는 3월 초) 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전당대회에 대해 말을 아끼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정기국회 이후 전대일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에는 김석기 사무총장으로부터 전당대회 관련 규정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전대 준비에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당 안팎에선 정 위원장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5~6월에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안을 거론했지만 윤 대통령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거나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과 핵심 친윤(친윤석열)계 간 윤 대통령 관저 만찬 회동에서 ‘2말3초’에 대한 의견이 공유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전대에서 ‘당심의 중요성’이 커지는 분위기는 당권주자들이 당심잡기 경쟁을 벌이는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는 당원 70%와 일반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선출한다.
다만 친윤계를 중심으로 야당 지지층의 역선택을 방지하자는 목적 등으로 이 ‘7 대 3’ 수치가 ‘9 대 1’ 또는 ‘8 대 2’로 바꾸는 여론이 형성될 분위기다. 만약 이처럼 전대룰이 변경될 경우, 차기 당대표는 ‘당심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로 갈리게 된다.
한편에서는 전대룰을 둘러싼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에 오래 몸담은 김기현, 조경태 의원 등은 당원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반 국민에게 인지도가 높은 안철수 의원은 현행 룰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대위에 따르면 전대 시기는 비대위 의결로 결정되며, 관련 룰 변경은 당헌·당규 개정특위 또는 비대위에서 검토된 이후,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당헌 개정을 통해 이뤄진다.
정 위원장은 지난 1일 김 총장으로부터 이러한 보고를 받은 후 기자들과 만나 “전대 시기와 같은 문제들은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비대위 논의를 거쳐서, 그렇게 논의가 진행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