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티셔츠만 입어야 진정한 ‘붉은 악마죠”
“핫팩 10개 붙여서 벌써 더워요”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대학생 이예지(25)씨는 덜렁 ’붉은 악마‘ 티셔츠만 입고 현장을 누비고 있었다. 이씨는 ’춥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혀 춥지 않다. 날이 많이 춥다고 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팩을 10개 붙이고 나왔다”며 발등에 붙인 핫팩을 보여줬다. 그는 “응원을 하다보면 덥다 못해, 패딩을 벗어야할 정도일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전남 목포에서 친구들과 함께 서울에 올라온 김은주씨(19)도 붉은 티셔츠 안에 티셔츠 여러겹을 껴입고 응원전에 나섰다. 김씨는 “수능 때보다 덜 추운 것 같다. 이 정도 추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며 “흰 패딩이나 검정 패딩을 걸쳐 입고 응원하는 사람을 누가 ’붉은 악마‘라고 부르겠느냐”고 반문했다.
3일 0시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한파를 뚫고 거리 응원전에 나선 시민들로 가득찼다.
영하에 가까운 날씨 탓에 시민 대다수는 담요와 귀마개를 두르고 있었지만, “대~한민국!” 응원가가 나오자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일면식 없는 주변 사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뛰기 시작했다. 함성이 커지자 일부는 패딩을 벗어던지고 본격적인 응원전에 나섰다.
어머니, 여동생과 거리 응원을 온 정지훈(32)씨는 어떤 응원용품을 챙겼냔 질문에 말없이 패딩 지퍼로 손을 옮겼다. 지퍼를 내리자 손흥민의 국가대표 유니폼이 드러났다. 이어 어머니와 여동생도 패딩 지퍼를 내려 안에 입은 빨간 국가대표 유니폼을 보여줬다. 거리응원에 나선 시민들은 16강 진출을 염원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무사히 경기를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김선일씨(28)는 “누가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나전 때도 아쉽게 졌지만, 후반전에서 조규성 선수가 멋진 슈팅을 보여주지 않았느냐”며 “마스크를 벗고 거리응원을 즐긴 것 자체가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이민호씨(27)는 “우리나라가 포르투갈전에서 승리하더라도, 가나가 우루과이를 이긴다면 16강행이 좌절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더라도 다음 번에 잘하면 되다”고 했다.
주최 측인 붉은 악마에 따르면 이날 거리 응원에는 3만 명이, 경찰은 1만50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늦은 시간대 추운 날씨를 감안해 서울시와 주최측에서는 광화문광장에 난방기구를 설치한 쉼터텐트 4개동을 운영한다.
경찰청은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 경찰관 150명과 기동대 11개 부대(680명), 특공대 20명을 배치했다. 광화문광장에 배치된 경찰들은 “멈추지 말고 이동하라” “펜스에 붙어서 줄을 서 달라”고 안내했다.
서울시 또한 안전을 위해 오후 9시부터 세종문화회관 버스 정류소는 폐쇄되고 무정차 통과한다. 지하철 2·3·5호선은 오전 3시까지 특별 운행하며, 각 호선별로 경기 종료 시각에 맞춰10여분 간격으로 5~6회 운행할 예정이다. 심야 버스도 오전 2시부터 오전 3시 사이에 집중 배차할 방침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