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한남동 관저 오찬을 가졌을 당시 빈 살만 왕세자의 동생 얘기를 화두로 꺼내 방위산업 수출 논의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18일 “빈 살만의 동생이 F-15 전투기 조종사라는 걸 알고, 전투기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윤 대통령이) 대화를 자연스럽게 방산 수출 논의로 이어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동생은 2017년 4월 사우디 국왕 칙령으로 주미 대사에 임명됐던 칼리드 빈살만 알사우드 왕자다. 그는 미국 미시시피주 콜럼버스 공군기지에서 조종사 훈련을 받았고, F-15 전투기 비행시간만 1000 시간에 달하는 군인 출신이다.
이 관계자는 또 “윤 대통령이 관저 입구에서부터 마당, 관저 내부 회담 장소까지 빈 살만 왕세자 일행 동선을 미리 직접 꼼꼼하게 챙겼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에 머물 때도 한남동 관저로 직접 전화해 청소 상태를 물어보는 등 준비 상황을 일일이 챙겼다고 한다.
관저 회담과 오찬 아이디어도 윤 대통령이 낸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엔 관례대로 대통령실 회담이 검토됐지만 윤 대통령이 “진심을 나누기에는 집 만한 곳이 없다”며 관저 회담을 제안한 것. 여권 관계자는 “수십 조 원대 수출 길이 달려 있는 만큼 조금이라도 더 특별하고 진정성 보일 수 있는 장소가 없는지 고민 끝에 나온 아이디어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7일 한국을 떠나 태국 방콕을 방문한 빈 살만 왕세자가 일본 방문을 취소함에 따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회담도 무산됐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절단도 일본에 방문하지 않으면서, 21일 열릴 예정이던 일본·사우디아라비아 비즈니스 포럼 역시 취소됐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