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7일(현지 시간) 북한의 석유 불법 환적에 연루된 개인 2명과 단체 3명을 제재했다.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과 전투기 편대비행 등으로 무력 도발을 이어가자 제재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불법 환적을 통한 제재 회피를 타깃으로 북한이 도발을 이어가면 경제적 압박을 옭죄는 것은 물론 중국 러시아 같이 제재 회피를 돕는 국가에도 제재를 확장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북한 무기프로그램 개발을 직접 지원하는 북한의 석유 수출입 관련 활동에 관계된 개인과 단체를 (제재 명단에)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는 북한 석유 수입과 불법 무기 개발을 제한하는 유엔 제재를 우회하려는 북한의 불법적인 선박 대 선박 운송에 대한 책임을 묻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이행하겠다는 미국 정부 의지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수차례 불법 환적 활동을 벌인 ‘시프리마(커레이저스)호’와 관련된 개인 2명과 마샬군도에 등록된 뉴이스턴시핑 등 불법 환적을 도운 기업들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재무부 제재 리스트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된다.
이번 국무부 제재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응한 첫 제재 조치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북한의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에 대비해 해상, 사이버, 금융 독자 제재 패키지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 정권에 책임을 지도록 하기 위한 제재나 다른 것 등 수많은 도구가 있다”며 “미국은 (북한을) 예의 주시하며 추가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불법 환적 등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을 직접 제재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이 제재 대상으로 지목한 시프리마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2019년 세 차례 불법 환적 활동을 확인한 북한 새별호에 석유를 넘긴 혐의로 시플라호에 대한 몰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유엔 안보리에서 추진해온 새 대북제재 결의가 중국과 러시아 반대로 무산된 가운데 제재 회피를 지원하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브라이언 넬슨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일본 상공을 통과한 것을 비롯한 북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지속해서 위반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다자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며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는 북한의 제재 회피 노력을 추적하고 그런 활동을 돕는 이들을 제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