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날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지 하루 만에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힌 것.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인사혁신처를 통해 국회의 해임 건의문이 대통령실에 통지됐다”며 “윤 대통령은 해임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사필귀정”이라고 환영한 반면 민주당은 “민심을 거역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이 당 내 윤석열 정권 외교참사 거짓말 대책위원회를 본격 출범하는 등 장기전을 예고하자 국민의힘도 이날 민주당 소속이었던 김진표 국회의장의 사퇴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는 등 “다수당의 폭거” 프레임을 내세운 여론전으로 맞섰다.
“윤 대통령, 욕했지 않느냐. 국민도 귀가 있고 판단할 지성이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전남도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거짓말하고 겁박한다고 해서 생각이 바뀌거나 들었던 사실이 없어지지 않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 동안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대해 상대적으로 유보적 입장을 보여 온 이 대표가 본격 태세 전환에 나선 것. 이 대표는 “지금 들어도 ‘바이든’ 맞지 않냐, 욕했지 않냐, 적절하지 않은 말 하지 않았냐”며 “잘못했다고 해야지, 어떻게 언론사를 겁박하고 ‘책임을 묻겠다, 진상 규명을 하겠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내뱉느냐”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대국민 사과도, 외교라인 쇄신도 없이 그냥 뭉개고 간다는 건 국민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국민의힘이 의장 사퇴를 요구한 것에 대해 “막무가내 대통령이자 먹통 정권”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이날 저녁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결자해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외교 대참사의 진상규명과 대통령 사과, 책임자 문책이 이뤄질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 책임 실종, 무능과 불통 폭주에 대한 강력한 저항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169석 다수의 갑질 횡포”라며 김 의장에 대해서도 “민주당 폭주기관차를 멈추기는커녕 편파적 의사 진행으로 의회 폭거를 방조했다”고 비판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소속 의원 115명 전원 명의로 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다만 국민의힘만으로는 결의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불가능한 만큼 항의 차원의 정치적 행위에 그칠 전망이다.
민주당을 향한 역공에도 나섰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당사자인 영국, 미국은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민주당은 문제라 하니, 민주당이 억지로 대한민국을 자해하는 참사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따졌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외교라인 전면쇄신에 대해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혼밥’을 한 것이나 한국 기자들이 폭행을 당했을 때 민주당이 어떻게 했는지, 그런 것도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향해 ‘욕했지 않냐’고 직격한 것에 대해서도 과거 이 대표의 ‘형수 욕설’ 논란을 꺼내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표를 향해 “스스로 낯이 뜨겁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후안무치’”라고 했다.
박 장관도 이날 오전부터 외교부 기자실을 찾아 “야당에서 ‘외교참사’라고 폄훼하고 있지만 동의할 수 없다”고 조목조목 반박하며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날 한국갤럽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24%로, 지난주보다 4%포인트 떨어졌다. 취임 이후 최저치로, 8월 1주 차(24%)에 이어 두 번째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