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미달인데”…대학정원 1만6000명 감축 ‘지방대 독박’ 시끌


서울시내 한 대학교 강의실의 모습. /뉴스1 ⓒ News1

교육부가 대학 입학정원을 1만6000여명 줄이기로 했으나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미충원 문제를 해소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마저도 지역소재 대학이 감축 인원의 대부분을 차지해 지역 불균형을 초래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5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96개 일반대와 전문대는 ‘적정규모화 계획’에 따라 2025년까지 입학정원을 1만6197명 감축한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의 감축분은 대학의 미충원 문제를 해소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 4월 ‘위기의 지방대학, 원인과 해결방안’ 보고서에서 현재 입학정원이 유지될 경우 2024년 대학 미충원 인원은 약 1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봤다. 계획대로 정원 감축이 이뤄지더라도 미충원 인원은 상당수 남아있는 셈이다.

교육부에서는 추후 일반재정지원대학 257개교 대상 유지충원율 점검을 통해 추가 적정규모화를 꾀하고 있지만 최종 감축 목표는 정해진 바가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는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인센티브로 삼아 적정규모화를 유도하는 것이고 유지충원율 점검과 진단제도 개선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하려고 한다”며 “방안이 나와야 감축 목표분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줄이기로 한 입학정원이 추후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적정규모화 계획에는 ‘모집유보 정원’도 973명 포함돼 있다. 대학이 입학정원의 일부를 한시적으로 뽑지 않고 나머지만 선발하면 모집을 유보한 인원의 절반을 정원 감축분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문제는 적정규모화 계획 기간인 2025년이 지나면 모집을 유보했던 정원을 다시 늘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김병국 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상황에 따라 정원을 다시 늘려 모집할 수 있다는 것인데 정책 기조와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수도권 입학인원 40%인데 감축인원 12%…“유인책 마땅치 않아”

대학 적정규모화 계획(2022~2025) 현황. (교육부 제공)

지방대가 ‘독박’을 쓰는 형태로 감축이 이뤄지면서 정책 취지가 흔들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적정규모화 계획을 권역별로 살펴보면 △부산·울산·경주권 4407명 △충청권 4325명 △호남·제주권 2825명 △대구·경북·강원권 2687명 △수도권 1953명 등이다. 비수도권 대학은 전체 감축 인원의 87.9%를 차지한 반면 수도권 대학은 12.1%에 그쳤다.

2021년 수도권대 입학인원은 전체의 40.2%(19만66명)를 차지했지만 감축 인원 비중은 그에 크게 못 미쳤다.

서울로 범위를 좁히면 적정규모화 계획 참여 대학은 일반대 6곳, 전문대 2곳으로 총 8곳에 그친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서울 16개 대학 중에서는 고려대와 서울시립대만 참여했다.

지난해 5월 교육부의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에서는 수도권 대학에서도 정원 감축을 유도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정원감축 비중은 비수도권에 쏠려있는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올해 9~10월 유지충원율 점검 때 권역별 하위 30~50% 수준 대학에 적정규모화 컨설팅을 실시하고, 내년 2차 점검 때 적정규모화를 권고함으로써 지역간 균형을 꾀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권역별 기준이 되는 유지충원율은 공개되지 않은데다, 권고에 따르지 않을 경우 혁신지원사업비를 어떻게 조정할지는 추후 논의사항으로 열어뒀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결과를 ‘자율 감축’이 불러온 정책 실패로 보고 있다. 수도권 대학은 학생들이 몰리는 만큼 자율 감축에 대한 유인책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미충원에서 파생되는 문제는 사회 공통문제이고 수도권대도 이를 해소하기 위한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감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되 피해가 없도록 추가로 재정지원을 하는 등 종합적인 방안이 필요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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