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원 A 씨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동안 연구과제 3건을 진행하면서 인건비 1억6692만 원을 받아갔다. 원래대로라면 학생 연구원 3명에게 나눠줘야 할 돈이었지만 지급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2090만 원을 사용하고 나머지 돈은 공용계좌에 넣어둔 채 학생들이 쓰지 못하게 했다.
A 씨는 또 외장하드, 그래픽 카드 등 소모품을 사겠다면서 연구비 카드로 946만 원을 결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노트북 1대를 구입해 자신이 썼다. 학교 자산으로 등록하지도 않았다. 교육부는 A 씨를 경찰에 고발하고 중징계 처분을 내리는 한편 1억5620만 원 회수 조치를 내렸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가 지난해 9, 10월 진행한 서울대 종합감사에서 A 씨 등 서울대 교직원 666명의 비위가 적발됐다. 교육부 측은 “적발 대상자 중 상당수가 조교수 이상의 전임 교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전임 교원은 교수 1558명 등 총 2171명이다. 감사 결과 서울대 교직원 가운데 중징계 1명, 경징계 3명, 경고 255명, 주의 407명의 처분이 확정됐다. 이 중 2명은 경찰에 고발됐고, 1명이 수사 의뢰됐다.
교육부가 서울대 종합감사를 진행한 것은 이 대학이 2011년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감사에서는 교원들의 연구윤리 위반 사례도 대거 적발됐다. B 씨는 2018~2020년 배우자를 연구원으로 참여시켜 연구비 3762만 원을 받아가도록 했다. 서울대의 교직원 행동강령에는 4촌 이내 친족이 연구에 참여하면 학교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B 씨처럼 가족을 연구에 참여시켰다가 이번에 적발된 교원은 총 19명. 이들 교원 가족에게 지급된 인건비는 2억6921만 원에 달했다.
연구년이나 해외파견 등 교원 혜택을 누린 뒤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사례는 빈번하게 발생했다. 원래는 연구년 종료 후 6개월, 파견 종료 후 30일 내에 보고서를 내야 하지만 415명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 교원 131명이 경고를, 284명이 주의 처분을 받았다. 이는 역대 교육부가 진행한 대학 감사 가운데 단일 건으로 가장 많은 교직원이 신분상 조치를 받은 경우다. 이 중에는 1902일(약 5년 2개월)이 지난 뒤에야 보고서를 제출한 교원도 있었다.
학교 측의 학사 관리도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BK(두뇌한국)21 연구장학금 약 2억9368만 원이 2018년 1학기부터 지난해 1학기까지 3년 동안 학생 47명에게 중복 지급됐다. 2019년부터 2년 동안 학생 19명이 전과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과를 옮겼던 사실도 감사 결과 드러났다.
교육부는 서울대 법인에 기관경고 18건과 기관주의 2건을 내렸다. 서울대 측은 “감사 지적 사항에 대한 이행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재발 방지 및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