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원님들, ‘지옥’에 오신 걸 환영한다”(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검사가 지배하는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의 시선이 여전하다”(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
25일 열린 21대 국회 후반기 첫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부터 여야 의원들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50일 넘게 이어진 힘겨루기 끝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한 국민의힘은 “법사위가 ‘동물국회’란 오명까지 얻었다”며 민주당에게 지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과정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서 법치주의 후퇴로 보이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며 치열한 대여 공세를 예고했다.
● 첫 회의부터 불꽃 튄 법사위
의사봉을 잡은 국민의힘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전반기에 민주당이 다수당이자 여당으로서 야당과 상의없이 업무보고를 3일간 단독으로 실시한 바 있다”고 했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제대로 된 비판 기능을 위해 부처의 업무보고 기간을 5일 이상으로 잡아달라”고 요구하자 전반기 민주당의 ‘야당 패싱’을 지적한 것.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도 “그동안 법사위가 치열한 싸움의 장, 동물국회라는 오명까지 받았다”며 “후반기에는 승자독식 제로섬이 아니라 협치에 의한 상임위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준 민주당은 전임 법무부 장관인 박범계 의원과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 ‘처럼회’ 소속인 김남국 김의겸 최강욱 의원을 법사위에 포진시켰다. 김남국 의원은 이날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와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논란 등을 비판하며 “국회 원 구성이 되지 않았던 사이 정부의 여러 행정이 위법하고 편법적인 방법으로 이뤄져서 우려스럽다. 절차적으로 법과 원칙에 따른 행정을 하고 있는지 상임위가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최강욱 의원도 “검사가 지배하는 정부, 검사가 지배하는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의 시선이 여전한 가운데 법사위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많이 있는 것 같다”고 공세를 예고했다.
● 과방위-행안위도 강대강 대치
여야가 원구성 협상 막판까지 다투다 결국 1년씩 위원장직을 나눠 맡기로 합의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도 치열한 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방송을 관할하는 과방위에 당 원톱인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경찰을 담당할 행안위에 실세인 장제원 의원을 배정했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의원들을 최전선에 배치하며 공영 방송과 경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
이에 맞서 민주당도 과방위원장에 강경파 3선인 정청래 의원을 투입하며 ‘강대강’ 대치를 예고했다. 정 의원은 과방위원장 선출 직후 “제가 위원장으로 있는 한 정권 입맛에 따라 방송과 언론의 자유가 좌지우지되는 일 없도록 하겠다”고 한 바 있다.
경찰국 신설을 두고 정치권 내 공방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여야 행안위원들도 이날 각자 기자회견을 열고 전면전을 예고했다. 민주당 행안위원들은 ‘윤석열 정부 경찰 장악시도에 대한 입장’을 내고 “경찰국을 신설해 다시 정권 통제하에 두려는 윤석열 정권의 음모는 민주당이 방관·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 등 국민의힘 경찰 출신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4월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검사 모임에 대해 불법적 집단행동이라더니 경찰관들의 집단행동에 대해선 당연하고 자연스럽다며 경찰과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며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