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찰서장 회의 “경찰국 설치, 역사적 퇴행”…경찰청 “참석자 엄정 조치”


무궁화 화분, 커피차까지…온오프 189명 참석

경찰청 “‘복무규정 위반’ 참석자, 엄정 조치할 것”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앞서 각 지역경찰직장협의회 구성원들이 회의에 참석한 서장을 응원하고 있다. 뉴스1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설치를 두고 경찰의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전국경찰서장회의가 23일 열렸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현 경찰청 차장) 등 경찰 수뇌부의 만류에도 전국 경찰 총경급 간부들이 전체 회의를 소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안부 경찰국 신설’ 현안을 둔 회의는 이날 오후 2시 충남 아산 인재개발원에서 열렸다. 개발원 강의동 입구에는 각 지역경찰직장협의회 구성원들이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 반대’라는 플래카드를 들며 회의에 참석한 서장들을 응원했다. 특히 회의장 앞에는 회의를 지지하는 전국 서장들이 보낸 경찰 계급장의 상징 ‘무궁화’가 피어 있는 화분 400여 개가 줄지었다.

또 울산경찰청 직장협의회에서는 지지의 뜻으로 ‘커피차’를 보내왔다. 커피차에는 ‘민주시민과 국민의 경찰은 정부의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반대합니다’라고 적힌 팻말이 세워졌다.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앞서 참석한 총경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번 회의는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이 행안부 경찰국 신설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며 경찰청에 토의를 제안했지만 응답이 없자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서장 70%가 찬성하면서 회의가 성사됐다.

류 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많은 사람이 의지와 명의를 밝히고 지지와 간접적인 참여 의사를 밝힌 서장분들이 350여 분 된다”라며 “경찰서장이란 무거운 직분을 가지고 상황의 중대성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경찰의 정치적 중립은 70~80년대 민주 투사들이 목숨으로 바꾼 아주 귀한 것이고 그것이 30년 동안 잘 진행됐는데 (경찰국은)하루 아침에 경찰 제도를 졸속으로 바꾸는 시도”라며 “한번 잘 살피고 국민의 인권과 직결된 경찰의 중립을 몸으로 막아내겠다”라고 밝혔다.

관계자 측은 이날 회의를 마친 후 “지역의 치안책임자가 모인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우려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다만, 행안부장관의 지휘규칙 제정을 통해 경찰의 중립성과 책임성의 근간이 흔들린다면, 결국 국민의 안전도 지킬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에서 모이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회의에서 많은 총경들이 행안부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우려를 표했다”라며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라고 주장했다.

관계자 측은 또 “향후 경찰이 진정한 국민의 경찰로 바로 설 수 있도록, 국민의 통제를 받는 경찰로 개혁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도 논의했다”라며 “이번 기회에 경찰이 오직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민의 통제를 받을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적 개혁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라고 했다.

한편 회의에 직접 참석한 서장은 56명이며, 온라인으로는 133명이 참석했다. 이는 전국 총경급 서장 600여 명 중 약 30%에 달하는 인원이다.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가운데 회의가 진행되는 강의동 앞에 울산경찰청 직장협의회가 보낸 커피차량이 운영되고 있다. 뉴스1

경찰청은 이와 관련해 “이번 총경급 회의와 관련하여 국민적 우려를 고려하여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모임을 강행한 점에 대하여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이날 공지를 통해 전했다.

그러면서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복무 규율 준수사항을 구체화하고 향후 위반행위 등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총경급 이상이 참석하는 지휘부 워크숍 및 현장방문 등을 통해 제도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하고 엄정한 공직기강을 확립해 나가겠다”라고 했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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