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기간 선거에 영향을 주는 집회와 모임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2024년 4월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부터는 선거운동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헌재는 21일 “누구든지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103조 3항에 대해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이 조항에 포함된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 및 야유회’ 개최 금지규정에 관해선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헌재는 “선거의 공정과 평온 확보라는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서 일반 유권자의 집회와 모임을 일률적,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입법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이선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선거 과열로 인한 과다한 비용 지출과 후보자 및 유권자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금지 기간을 ‘선거기간 중’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방송인 김어준 씨와 시사인 기자였던 주진우 씨는 19대 총선 기간이었던 2012년 4월 서울과 부산 일대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김용민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토크 콘서트’를 연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가 김 씨와 주 씨에 대해 9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하자 이들은 “처벌 근거가 된 공직선거법 조항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라며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날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수막과 광고물 설치, 인쇄물 배부 등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로 판단했다. 헌재는 “선거가 순차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현실에 비춰보면 해당 조항은 국민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상시적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3년 7월 말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