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비우고 ‘몸 낮춘’ 이준석…尹 부재에 숨고르기 들어섰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시계를 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2.6.2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틀간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각종 현안은 물론, 자신을 향한 친윤계의 압박을 거침없이 받아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내 갈등 확산에 따른 부정적 여론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번 당내 갈등을 해결할 유일한 인물인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에 나서면서 숨 고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28일 비공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날 예고된 이 대표의 공개일정은 없다. 정당은 당 대표 등 주요 인사의 일정을 전날 미리 공지하는데, 국민의힘은 이날 이 대표 일정을 ‘통상 업무’라고 전날 알렸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오늘 이 대표는 비공개 일정으로 면담, 오찬, 만찬 등을 진행한다”고 설명하면서도 구체적 면담 내용 등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했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전날 Δ최고위원회의 Δ조경태 의원실 주최 정책토론회 Δ최재형 의원실 주최 세미나 Δ언론(MBN) 인터뷰 등 일정을 소화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의장을 맡은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공개발언을 하지 않은 채 발언권을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넘겼다. 회의 이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백브리핑’도 진행하지 않은 채 자신의 사무실로 복귀했다.

행사 이후 기자들의 질문 세례에도 침묵을 유지했다. 우선 정책토론회를 마친 뒤 사무실로 복귀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친윤계와 갈등에 대한 질문에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준석 사조직’ 논란을 낳은 혁신위원회 관련 질문에만 “따로 할 말 없다. 혁신위는 잘 할 것”이라며 “제가 따로 오더 내리는 상황은 아니다”고만 답했다.

오후에 열린 세미나를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 세례에도 이 대표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 대표는 세미나에서 “할 말이 있으나 자기검열 하는 사람들, 그리고 할 말 있는데도 타인의 압력으로 할 말 못하는 사람들, 가까이는 언론에 익명으로밖에 인터뷰할 수 없는 분들 모두 다 공성전 대상”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지난 대선기간 익명 인터뷰로 논란이 됐던 ‘윤핵관’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 발언이 ‘누구를 지칭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허허허허”라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환송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 투톱 중 한 명인 권성동 원내대표만 환송행사에 참석해 윤 대통령을 배웅했는데 최근 이 대표와 윤핵관 간 불편한 관계가 반영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 대표가 마냥 침묵만 지킨 것은 아니다. 전날 마지막 일정인 MBN ‘프레스룸’ 인터뷰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과 친윤계의 생각이 다르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저는 그게(윤 대통령 의중과 친윤계의 생각) 같으면 큰일 난다고 본다. 그게 같으면 나라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진박(眞朴) 또는 진실한 사람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당을 완전히 헤집어 놓은 적이 있었다.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었겠나”라며 당내 친윤(친윤석열) 세력을 정조준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이 대표가 5명의 혁신위원을 추천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는 페이스북을 통해 “허위사실”이라며 “혁신위에 대해 이준석 사조직론을 내세워 끝까지 흔들려고 하는 모습이 의아하다”고 응수했다. 김 의원은 이날 해당 발언을 정정하기 위해 이 대표에게 전화했으나 이 대표가 받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각종 현안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과거와 비교하면, 전날 이 대표의 행보는 ‘몸 사리기’라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여기에 이날 비공개 일정을 진행하면서 이 대표가 연일 갈등이 격해지는 상황에서 숨 고르기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복귀 전까지 이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대표가 윤핵관과 갈등을 해결할 유일한 사람을 윤 대통령으로 보고, 윤 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윤리위가 열리기 전 만났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는데, 양측은 만남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엇갈린 반응을 내놓은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 측에서 만남을 요청하고 있지만 대통령실에서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 대표는 전날 환송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대통령께서 순방 가실 때도 허례허식을 없애려는 분인 것 같으니 안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의중’을 강조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드릴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29일 오전 9시30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리는 ‘제2연평해전 승전 20주년 기념식’과 30일 최고위원회의 경주 맥스터 현장 방문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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