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을 지낸 화이자 제약회사의 이사인 스콧 고틀립은 아프리카에서 주로 보고돼 온 희소 감염병 ‘원숭이두창’이 유럽 등으로 번지는 것을 언급하며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클립 이사는 20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미국과 유럽에서 원숭이두창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지역 사회 전반에 이미 바이러스가 널리 퍼졌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숭이두창은 21일 이상의 잠복기를 가지고 있어 진단되지 않은 환자가 많이 있을 것”이라며 “보고된 것보다 훨씬 많은 감염자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원숭이두창 전염력은 코로나19보다 낮고 치명률은 높다며 낮은 수준의 확산에 그칠 것이지만 방역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우려했다.
원숭이두창은 이날 현재 세계 12개국에서 100명 이상이 보고됐다.
유럽에서는 영국을 비롯해 독일,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등 최소 9개국에서 확인됐으며, 미국,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도 발견됐다.
100명 이상이 보고되자 세계보건기구(WHO)도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WHO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을 위한 백신은 없지만 천연두 백신을 사용하면 85%의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WHO는 회의에서 천연두 백신 접종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원숭이두창 전문가인 UCLA 앤 리모인 교수는 광범위한 예방접종보다는 밀접접촉자들에게 우선 예방접종을 하는 포위접종이 적절한 전략 같다고 제언했다.
1958년 처음 발견된 원숭이두창은 천연두(두창)와 비슷한 증상이 실험실 원숭이에서 발견돼 이런 이름이 붙었다. 1970년 콩고에서 최초로 인간 감염 사례가 확인됐고, 이후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 사례가 꾸준히 보고됐다.
원숭이두창에 걸리면 천연두와 마찬가지로 발열,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수포와 딱지가 피부에 생긴다. 통상 감염 후 2~4주 정도 지나면 회복하지만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잠복기는 5∼17일이다.
치사율은 변종에 따라 1∼10% 수준이다. 최근 유럽에서 발견된 원숭이두창은 증세가 다소 경미한 서아프리카형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울=뉴시스]